코스타리카에도 여성 대통령이

그는 선거일 오후 10시쯤 경쟁 후보들을 2배 이상 앞서며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에바 페론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 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 니카라과의 비올레타 차모로, 파나마의 미레야 모스코소, 칠레의 미셸 바셀레에 이어 다섯 번째다.

친치야의 승리가 발표되자 코스타리카 거리는 국민해방당의 상징인 녹색과 흰색의 깃발로 가득 채워졌다. 경쟁자인 시민행동당(PAC)의 오톤 솔리스와 자유운동당(ML)의 오토 게바라 후보도 패배를 인정하고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했다.

현 오스카르 아리아스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그는 아리아스 대통령이 추진 중인 미국과의 협정 체결과 자유무역정책 등 현 정책들을 대부분 이어받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민주주의의 뿌리를 두고 있는 코스타리카는 최근 아리아스 대통령에 의해 뉴자유주의 정책으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리아스 대통령은 중앙아메리카의 냉전 종식에 공헌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친치야 당선자의 최종 득표율은 46.8%, 투표율은 67.8%였다. 코스타리카 헌법에 따라 40% 이상의 득표를 얻은 그는 결선투표 없이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승리가 확정된 후 친치야 당선자는 “코스타리카는 내 사랑하는 조국이다. 나는 조국을 지키고 사랑하며 숭배한다. 내 모든 삶을 조국에 바칠 것이다”라며 감격적인 소감을 전했다.

친치야 당선자는 1959년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서 태어나 코스타리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대학에서 공공정책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고국으로 돌아와 정치컨설턴트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94년 공공안전부 차관이 된 데 이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코스타리카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 임명됐다. 200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2006년에는 현 오스카 아리아스 대통령의 부통령으로 임명됐다. 2008년 11월 대통령 출마를 위해 부통령직을 사임한 그는 43.8%의 지지를 얻어 집권당인 국민해방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친치야 당선자는 국민해방당의 중도 좌파 노선을 따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중도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동성간 결혼과 낙태에 반대하며 교회와 정치 분리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스타리카의 페미니스트들은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운동 단체인 CEFEMINA의 마리아 호세 차베즈 회장은 인터넷 언론 IPS와의 인터뷰에서 “친치야 당선자가 코스타리카에 여권 향상을 반드시 가져올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기 때문에 자신이 여성인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발언은 우리의 요구에 대한 어떠한 결과나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접게 만듭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