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첫선…분야별 여성인명록으로 발전

정무장관(제2)실은 발족하자마자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계 인사들을 총망라하는 인명록 발간 작업에 착수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일하는 분야도 넓고 다양해져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인적자원에 관한 자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었다. 각 분야에 흩어져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파악하는 작업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수록 대상 인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인물기록 카드를 우송해 회신을 받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수록 대상 인사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선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장관실 내부에서 많은 토론을 하고 외부의 자문을 구하는 등 고심한 끝에 개인의 지명도보다는 각계각층에서 일하면서 주위에 미치는 지도력 내지는 영향력의 무게에 기준을 두려고 애썼고, 특히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해 온 분들에게 중점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대략 1500명에 달하는 여성 인사의 약력이 한 권의 책에 수록됐다. 분야별 수록 현황을 보면 학계·교육계가 29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여성사회단체 207명, 언론계 126명, 문화예술계 119명, 관계 118명, 금융경제인 104명 순으로 나왔다. 정계는 54명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별로 관심이 없던 인사들 중에는 인명록이 발간된 뒤에야 본인이 누락되었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일었다. 여성인명록은 정작 발간이 되고 나서야 여성계의 관심과 기대가 더 높아졌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국 최초의 ‘여성인명록’은 정무장관(제2)실에서 1988년 12월 31일 발간했는데, 발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여성 전문인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보다 효율적인 인력 활용을 기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인명록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여성인명록은 그로부터 5년 뒤에는 발굴·수록 인원이 약 5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자료는 특히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 기능을 수행하는 각종 위원회 등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위원 선정 시 참고자료로 정부 각 기관에 배포됐다.

이후 분야별, 기관별 여성인명록 발간 붐이 일어났다. 행정자치부에서는 관계 행정 분야 여성인력을 전문화하여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간부여성공무원 명단’(2000)을 처음으로 발간했다. 5000명이 넘는 중견 여성 공무원들이 대거 발굴·수록됐다. 같은 해 법무부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여성인력을 망라한 ‘한국여성법률가명부’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총 315명의 여성 법조인력이 수록됐다. 최초 여성인명록 발굴 당시 34명에 불과했던 법조계 여성인사가 10여 년 만에 거의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성인력 취약분야에 대한 집중 발굴 작업도 이루어져 과학·기술, 건설·건축, 국방·안보 등 3개 분야 여성 전문가 269명을 수록한 ‘전문여성인명록’(여성부, 2002)이 발간되어 각급 정부기관에 여성 위원 인선 참고자료로 제공됐다.

한편,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각종 국제회의 대표단 선정 및 국제기구 직원 추천 시 널리 활용되도록 국제분야 전문여성인명록(여성특별위원회, 1998년)이 나오는가 하면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인명록’이 발간됐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전문 여성인명록을 앞 다투어 발간했다. 지금은 수만 명에 달하는 여성 인력풀이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고 있다. 이번에 2010 지방선거를 계기로 여성신문에서 대한민국 ‘여성인물사전’을 발간한다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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