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했지만, 그것은 사람의 사는 모습이 원래 그렇다는 것이고, 오히려 그는 삶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라는 말로 더 유명하다. 그의 유명한 책 ‘니코마스 윤리학’은 바로 이 점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그에 따르면 행복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 나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기쁨을 증진시키려는 자기중심적 행복이 있는가 하면, 타인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기쁨을 증가시키려는 애타적 행복도 있다. 물질적이거나 세속적 가치로 얻어지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정신적이거나 예술적 가치를 통해서 얻어지는 행복도 있다.

자기중심적 행복에만 심취하는 것보다는 애타적 행복에 심취하는 것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더 귀하고 고상해 보인다. 추구하는 행복의 유형과 질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사람에 따라 추구하는 행복의 종류가 다를 수 있고, 시·공간적인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행복의 유형이 다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행복 중에서 그래도 더 가치로운 것은 어느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행위를 통해서 얻어지는 행복감을 높게 평가한다. 그에 따르면, 가장 완전한 행복은 공동체의 선을 증가시키는 도덕적 행위를 통해서 얻어지는 기쁨, 만족감, 즐거움에서 온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도덕적 자부심은 더 높은 단계의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도덕적 자부심을 갖는 일이 중요해진다. 자부심이란 자신이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만족감이다. 어린아이가 길에 넘어져 울다가, 혼자서 일어나라는 엄마의 말에, 울음을 그치고 혼자 일어난다. 엄마가 경이의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아이 얼굴에 “뭔가를 잘 해냈다”는 만족의 미소가 번진다. 이것이 자부심이다.

도덕적 자부심(moral pride)에서 오는 행복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완전한 행복, 즉 ‘유다이몬(eudaimon)’에 가깝다. 치열하고 참혹하며 죽을지도 모르는 전투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한다는 도덕적 자부심이다. 하위지나 성삼문 같은 사육신들이 목을 잘리면서도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의리와 충절을 지킨다는 도덕적 자부심 때문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본능의 힘이고, 둘째는 습관의 힘이며, 셋째는 자부심의 힘이다.

본능의 힘은 사람 속에 내재된 생물학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힘이다. 모든 생리적 욕구가 여기에 해당되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려는 힘이 여기에 해당된다. 식욕, 성욕, 갈증을 충족시키고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힘들이다.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찾고, 갈증 난 사람이 물을 찾으며, 이성을 찾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게 하는 힘이 바로 본능에서 오는 힘이다.

본능의 힘은 생명 유지를 위한 자연 현상이기에 도덕/비도덕의 구분이 없고, 매우 막강해서 제어하기가 쉽지 않지만, 경험과 교육을 통한 습관과 지식과 교양으로 얼마든지 통제 가능하다. 어떤 이는 자신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 남의 음식을 빼앗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허기를 참고 남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남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습관의 힘은 본능의 힘을 행사하는 중에 길들여진 힘이다. 이른바 학습된 힘인데,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은 힘이다. 사람의 신체와 마음은 반복을 통해서 특정 행동을 습관화 시키는 기제가 있다. 담배를 오래 피우다 보면, 신체와 마음이 담배 피우는 것에 습관화가 된다. 몸에는 니코틴 중독이 일어나고, 마음에는 담배와 다른 행동의 네트워크 구조가 형성된다. 담배를 피워 물지 않으면,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이 그런 경우다. 자주 만나던 사람을 오래도록 보지 못하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이 욕망이 힘을 발휘해서 그를 찾아 나서게 만든다.

습관의 힘은 비록 학습된 것이긴 하지만, 그 힘은 막강하다. 좋은 습관도 있지만, 나쁜 습관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도 남을 돕지만, 어떤 이는 남아도는 물건이 있어도 남을 돕지 않는다. 서로 다른 습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옳고 바른 습관을 가지게 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부심의 힘은 본능과 습관을 제어하는 힘이다. 도덕적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본능의 유혹과 습관의 중독을 제어할 힘을 갖는다. 왜냐하면, 도덕적 자부심은 본능이나 습관의 충족에서 오는 만족감이나 즐거움보다 훨씬 더 깊고 아름답고 가치로우며 심오한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진리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고통을 감내한 옛 위인들의 삶이 바로 이 도덕적 자부심의 가치를 증거한다. 도덕적 자부심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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