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효과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가 분해되기까지는 100년이 걸린다.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적응(adaptation)은 이러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저감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 기후변화 관련 재난과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부문별 전략과 노력들이 필요할까. 그 답은 기후변화에 성인지적 접근을 하고 성별 기후변화 역량을 구축함으로써 성평등과 기후변화 행동을 연관시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여성의 목소리는 여성의 미래만이 아닌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전략 의사결정 과정에 지금까지 많이 소외되어온 여성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2007년  발리(Bali)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정부 및 관련 국제기구와 NGO들은 성 평등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기후영향에 대한 성인지적 접근 단계는 첫째,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에 대한 성별 특성과 관련한 데이터와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평가·분석한다. 둘째, 성별 에너지 소비패턴과 에너지 방출 유형 기후변화 영향-물 부족, 질병, 이상기후, 재난, 주거·건강·식량난-에 대한 성별 영향 분석틀을 마련하고 기후변화 상관변수와 비상관변수를 규명한다. 셋째, 기후변화 저감 및 적응과 관련한 결과를 분석할 때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하고 성인지 기준과 지표를 개발한다.

대도시 지역 아파트 꼭대기 층이나 에어컨 시설이 안 된 곳에 사는 사람들이 특히 취약한 폭염에 관한 반응도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여성 노인은 피하지방이 두꺼워 폭염에 취약하다. 여성 노인이 열사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높다. 1984년 뉴욕 폭염 때(낮 평균온도 21.1℃→28.9℃) 75~84세 노인 중 여성 사망률은 66%인 데 반해 남성 노인은 39%에 불과했다(Duncan, Kirsty). 2003년 프랑스 혹서 때는 1만4802명이 사망했는데 여성이 15~20% 더 높았다.

2007년 코넬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40%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환경오염이며 환경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이 임신부의 자연유산, 미숙아 출산율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이 미래 생명을 위해 환경보전에 더욱 힘쓰고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임신 기간 중 거주하거나 일하지 않는 것이 좋음을 시사한다.

올림픽대로 등 대기오염 띠가 늘 형성되어 있는 지역 주변에 거주하거나 한강변에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대기오염 관련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올림픽대로의 매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강변 양안에 지그재그형 선착장을 만들고, 배(sea bus) 교통편의 대중화를 위해 시 지원으로 무료로 배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하게 하고, 밴쿠버처럼 선착장을 기존 지하철역과 연계하고 반포 선착장의 경우 고속버스 터미널과 가능하면 한강 수로와 연결시켜 고속버스 이용객이 배를 바로 이용하게 하면 어떨까.

참여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여성은 자신이 살고 있는 커뮤니티 도시계획뿐 아니라 대중교통의 주 이용자로서 대중교통계획에도 참여한다. 자전거차로 및, 차 없는 골목길(path) 만들기와 아울러 철도와 버스, 배 등 대중교통의 편수 증대와 시설 개선을 위한 지속적 투자를 해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과학과 기술만으로 기후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성인 남녀, 청소년과 청소녀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여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완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의 기후 친화적 행동과 이를 장려하는 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