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연내에 실현될지 여부에 대한 국민적·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 “만남을 위한 만남, 원칙 없는 남북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보다 전향적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BBC,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데 대한 사전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며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취임 이후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 발언이 국민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겨냥해 연일 해안포를 쏴대고 남측을 향해 ‘보복 성전’ 협박을 늘어놓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키로 결심한 데는 그만한 배경과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핵심에 대통령의 자신감과 실리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한 듯하다.

메트릭스 코퍼레이션이 지난해 10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 수행에 대한 평가가 예상과는 달리 진보정부 때인 2006년에 비해 오히려 11.25점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통일 관심과 염원에서도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도층에서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고 통일을 원한다’는 ‘적극적 통일 요구층’의 비율이 32.0%에서 42.8%로 대폭 상승한 점이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통일에 대한 현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성과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현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자신감의 토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유엔 대북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격고 있는 북한은 이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현 정부의 자신감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 우리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먹이는 것이다”라고 말한 노동신문 보도 내용이다.

청와대는 최근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추진되거나 준비되고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 하에 남북정상이 만나야 한다”면서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8·15 광복절을 전후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언제, 어떤 형식으로 열리든 간에 원칙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원칙이 북한만이 아니라 현 정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꼬일 대로 꼬인 세종시 정국과 6·2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로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더불어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일부러 궁지에 몰아넣어서도 안 된다. 이는 극심한 국론분열과 남북갈등으로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가에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투명하고 초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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