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여진 미스터리 코미디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여자 아이돌 스타 기사라기 미키의 1주기를 맞던 날, 이에모토(오구리 순)를 비롯한 5명의 열혈 팬이 그들만의 추모식을 열기 위해 허름한 건물에 모여든다. 인터넷 팬카페에서 활동하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각자의 컬렉션과 미키에 얽힌 추억들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미키는 자살한 게 아니야, 살해당한거야”라고 말하는 ‘오다 유지’의 한 마디에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미키에 대해 저마다의 정보를 쏟아내며 그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이들.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미키의 죽음에 대해 가려져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벗겨지기 시작하며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한다.

최근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극단적인 애정을 보이는 ‘십덕후’라 불리는 남성이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은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를 흥미 본위에서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탄탄한 구성과 계속되는 반전, 여기에 적절히 배합된 코미디적 요소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잘 짜여진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온라인 카페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던 사람들과의 만남이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일이다. 어색하게 시작된 그들의 첫 만남은 이렇게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공감을 자아내고 익명의 팬에 불과했던 사람들이 가진 미키와의 개인적인 인연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진지와 코미디를 오가며 계속 허를 찌르는 소소한 반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준다. 어느새 얼굴도 모르는 가상의 아이돌의 죽음에 얽힌 비밀에 관객들도 팬이 된 양 빠져들게 된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연극작품처럼 전개된다. 무대는 5명이 모여 있는 방에 한정되어 있고 주요 등장인물이 방을 떠나는 일이 있어도 카메라는 그를 따라가지 않고 방에 머문다. 이렇다 할 큰 사건도 없이 주연배우들의 대사만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런 모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의 힘이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도 없지만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문화, 연예인의 삶과 연예기획사의 횡포에 대한 풍자, 가족의 의미, 일본 수사제도의 허점 등 다양한 이야기가 긴장감을 유지하며 탄탄하게 얽혀있다.

소재의 다양성은 일본 영화의 장점 중 하나다.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에 시나리오와 연출력, 연기력이 보태져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일본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2008년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작품상, 우수감독상, 우수각본상, 우수남우조연상을 휩쓴 작품이다. 감독 사토 유이치, 주연 오구리 순,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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