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서이숙 연기호흡 감동적
백성희 박웅 심양홍 등 원로 열연
때문에 연극은 소설보다 ‘엄마와 장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관계에 보다 힘이 실리는 것은 두 역을 맡은 배우의 힘이 크다. 한국 드라마 중심에서 50년간 연기생활을 해온 배우 정혜선과 한국 연극계의 대모라 불리는 배우 서이숙의 농익은 무대연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극에 대한 집중을 한층 높인다. 가까이서 보면 극이 진행되는 내내 두 배우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도 보일 정도다. 극 내내 울부짖으며 ‘엄마’를 애타게 찾는 배우 서이숙의 눈망울은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이와 함께 연극계의 백전노장 백성희와 박웅을 필두로 심양홍, 길용우, 고동업 등 원로와 중진, 신예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 역시 극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총 14신으로 구성된 연극에서 ‘엄마’는 가족의 기억을 통해 복원된다. 하지만 소설에 비해 연극은 엄마를 잃어버렸을 뿐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여지를 별로 남겨놓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에필로그는 우리가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역으로 전달한다. 소설책의 첫 장에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고 적혀있는 문구와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다.
연극을 본 신경숙 작가는 “소설보다 메시지가 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그 이유로는 언어로만 표현된 소설에서 애매하게 처리된 부분이 직접 소통하는 무대를 통해 분명해진 점, 장이 4개로 나뉜 소설과 달리 이야기가 장면 장면으로 펼쳐져 굉장히 큰 작품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들었다. 신 작가는 “엄마의 이야기만 다룬 것이 아니라는 소설 메시지가 극에서 더 잘 표현된 것 같다”며 “연극을 보는 내내 나의 경험이 장면 장면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연극을 보고나니 다시 소설이 펴들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구구절절 적어놓은 ‘작가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글을 쓰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나는 모른다. 이 길을 내가 선택한 것도 같고 처음부터 정해진 길에 들어선 것도 같다. 어머니는 늘 나에게 당신처럼 살지 말라고 했으나, 나는 이 길을 나의 어머니처럼 가고 싶다.(작가의 말 중에서)”
3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4만~6만원. 월요일 쉼. 문의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