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과 십자수의 교환관계

영화표는 내가 샀다! 팝콘 값은 니가 내라! 니가 내라 니가 내라! 영화표가 더 비싸다!

팝콘 값도 내가 냈다! 집에 갈 땐 혼자 가라!  혼자 가라 혼자 가라! 우리 엄마 기다린다!

니 생일엔 명품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 정성 따윈 필요 없다! 같은 가격 선물해라!

이상은 일요일 밤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에서 나온 남성의 이야기이다. 여자 친구에게 불만 한마디 못하고 끙끙 앓는 ‘소심남’의 목소리는 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업 중의 한 남학생은 남보원이 그동안 답답했던 속을 확 뚫어주는 청량제라고까지 표현했다. 여학생들조차도 과장되기는 했지만 일정 부분 불편한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케이블까지 합세하여 남성인권, 남성자격, 남성스펙 등의 남성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남성의 목소리들은 요즘의 ‘여성에 관한 반격’과 연동하면서 그 인기를 더하고 있다. 감소하는 남성 교사의 수를 우려하는 남성교사할당제 실시가, 여성들로 인한 ‘남성에 관한 역차별’ 타파라는 주장을 등에 업고 더 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또한 여성들조차 여성주의, 여성학 등에서 주장하는 여성이슈들을 공감하지 못하거나 여성주의 관점의 수업이 오히려 (여성만을 강조한다고) ‘성평등 하지 않은 수업’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보원’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한 여학생은 오히려 ‘여보원’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00만원 명품 가방과 비교할 수 없는 재료비 1만원의 십자수는 그냥 1만원의 십자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시적인 금액의 차이가 여성들을 치사한 여자로 얄밉게 만들고 있지만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명품 가방 이상이란다. 이처럼 (십자수를 만드는) 여성들의 시간과 노력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200만원을 벌어오는 가장에 비해 화폐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가사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들의 고통과 맞물려 있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값비싼 선물은 연애관계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연애할 때 남성들은 머리만 감지만 1시간 이상 준비를 하는 여성들’의 외모 가꾸기는 십자수만큼이나 여성들이 노력하는, 가시화되지 않은 연애의 필수조건이다. 예쁘게 단장하고 나온 미모의 여성과 데이트할 수 있는 남성은 일단 ‘스펙 있는 남자’로 인정받는다. 이처럼 여성을 차도 쪽으로 세우지 않는 배려, 위험한 밤길로부터의 여성 보호, 더 나아가 명품 가방까지 줄 수 있는 남성들은 여성들의 ‘특별한 선물’을 가질 수 있는 남성들의 자격이 된다. 즉 여성들의 정성, 예쁘고 섹시한 외모, 더 나아가 자신들의 제안(때로는 강제)에 의해 여성의 섹슈얼리티까지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남보원은 명품 가방을 원하는 개별 여성들을 탓하거나 스펙을 갖지 못한 남성들을 대변하기보다 특정 현실(!)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남성이라면 명품 가방을 사주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거나 비록(!) 십자수를 주지만 내 몸을 허락하니 명품 가방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현실의 구조를 익살스럽게 보여야, 남보원은 남성인권을 위한 진정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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