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다자녀 공무원에 특별승급
대구시설공단, 셋째아에 ‘성장 뒤 특채’

공공기관에서 ‘전국 처음’을 내세운 공직자 대상 출산 장려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정책 전문가들과  여성들은 지극히 냉담한 반응이다.

지난 1월 25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직자의 솔선수범을 이끌어 내기 위해 셋째 이상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공무원을 특별 승급시키는 ‘저출산 대응 인사시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시책을 위해 이미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임용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 전국 최초로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5급 이하 일반직, 연구·지도직, 별정직, 기능 공무원 중 2010년 1월 1일 이후 셋째 이상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공무원이 이번 특별 승급 대상자가 된다. 이번 정책을 마련한 부서 관계자는 “미혼이나 불임인 분들은 혜택을 못 받겠지만 1명이라도 출산을 더 하게 하는 게 목표다. 호봉을 올려주는 것도 비용을 지원한다는 측면이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 공기업인 대구시설관리공단은 26일 국가정책에 기여하겠다는 취지 아래 출산장려책으로 셋째 자녀 이상 출산한 직원의 자녀 중 1명을 특별 채용할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이 규정은 직원이 올해부터 출산한 셋째 이상 자녀에게 적용된다. 자녀의 특별채용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정책이다.

박은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직사회가 압박을 느껴 생색내기용 정책, 인사가점이나 승급 같은 직원의 약한 고리를 이용한 정책을 쏟아내는 것 같다”며 제주도의 출산정책에 대해 “호봉 올라봐야 몇 만원인데 그것 때문에 애를 낳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의 정책에 대해서도 “난센스”라며 “자녀가 입사할 때는 몇 십 년 뒤일 테고, 그동안 공단 내부 규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건데 누가 그걸 믿고 애를 낳겠느냐”고 반문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인사원칙을 파괴한 정책이고, 자칫하면 남편이 혼자 벌면서 아이도 두세 명 낳을 형편이 되는 중산층한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혼 혹은 불임인 직원들의 배제와 소외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지자체의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 잠깐 거주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국내 지역원정 출산’ 사례에서 보듯이 지자체가 출산정책을 내놓을 때는 부정적 영향도 충분히 예측·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지속 가능한 정책 마인드가 부족해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송파구 등 몇몇 지자체가 시도하는 것처럼 구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방과 후 학교를 확대 운영하는 등 보육·교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구축하는 것이 느리지만 가장 정확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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