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육박하는 고등교육기관 진입에도 불구 취업난 여전
‘고학력’이라도 ‘여성’이기에 ‘취약’계층으로 떨어져

2010년이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리고, 대학가에서는 벌써부터 2월에 있을 졸업식과 신입생들의 입학식에 관한 행사 안내가 전달되면서 분주한 분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졸업식과 입학식이지만, 연일 들려오는 ‘최악의 일자리난’ 또는 ‘극심한 취업난’에 관한 소식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의 마음에 오히려 무거운 짐을 하나씩 달아서 내보내기에 충분한 듯하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대학 졸업생의 40%를 차지하는 여학생들에게 ‘취업난’이나 ‘구직난’의 현실적인 버거움은 남학생들의 경우보다도 훨씬 더한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여학생들을 졸업시키는 마음은 한층 더 무겁게만 느껴진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 사회 내 고등교육기관의 여학생 구성비는 1970년 24.6%였던 것이 1990년 30.5%, 그리고 2008년에는 40.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2008년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여학생 구성비는 39.6%, 교육대학은 67.4%, 4년제 대학교는 37.4% 그리고 대학원은 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고학력 여성들의 직무능력 향상과 함께 취업 및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 또한 증가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 이렇듯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꾸준히 자신들의 능력을 키우고 성장해 오는 동안 우리 사회도 이 여성들을 제대로 활용할 준비를 해오고 있었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왜냐하면 ‘취업난’ ‘구직난’ 또는 ‘취업애로 계층’ 등에 대한 통계수치 등과 함께 자료 분석 내용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해석에는 ‘경제위기 과정에서 고용 여건이 가장 악화된 취약계층으로 여성과 청년층’이라는 설명이 언제나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 말은 청년기에 있는 여성들이 그토록 열심히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능력 개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졸업 후 노동시장에 나갔을 때는 여전히 취업에 있어서 ‘취약계층’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노동시장에서는 ‘고학력 여성’이라 할지라도 학력 수준과는 관계없이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고용조건’상 ‘취약함’의 이유가 된다는 것인데, 이는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 발전된 사회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사회의 인식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이나 취업률에 대해 여성 자신들의 준비가 부족하다거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그런 설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전문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 못지않게 높을 뿐 아니라 각 대학들도 여대생들의 직무능력 향상, 취업 및 진로 개발과 리더십 함양 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내 노동시장에서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전히 고용에 있어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된다는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여성 자신들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사회적 또는 국가적 책임과 역할이 더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통감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여성’이 고용에서 ‘취약계층’이라는 해석만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보다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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