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둘러싼 여권 내 계파갈등 해결책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여권 내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전직 대표가 현직 대표를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비판한 정몽준 현 대표에 대해 “판단력에 오류가 있다” “세종시 원안 당론 번복의 정치적 책임을 지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정 대표가 중국 고사인 ‘미생지신’(尾生之信) 즉, 애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비가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익사한 미생에 빗대어 자신을 융통성 없는 인물로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결론을 이미 다 정해 놓고서 토론하자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세종시 문제에 타협은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의 언행은 분명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디어법과 같이 민감한 정치 쟁점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원칙’을 던져놓고 침묵으로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마디 하면서 주도권을 장악했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표는 더 강경하고, 빈번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신뢰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신념의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친박 일부에서 제기되는 수정론 찬성, 일부 부처만을 옮기는 절충안, 국회 무기명 비밀투표론 등으로 동요할 수 있는 친박계를 결속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여하튼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권 내 세종시 수정안의 처리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나 담판으로 세종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강경하고 양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국정과제를 추진해 달라”고 공직자들에게 당부할 정도로 세종시 문제를 국가 미래가 달린 사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절충안이 끼어들 공간이 거의 없다.

현 시점에서 여권 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친박처럼 게임도 하기 전에 우리가 이긴 것으로 하자거나, 친이처럼 우리가 이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경선전에 경선규칙 위원회를 만들어 아름다운 경선을 치른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덕망 있고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세종시 위원회’를 발족해서 ‘세종시 당론 결정’을 위한 세부적인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언제 어떻게 표결할지, 정책 토론을 몇 번 할지, 어떤 당론 변경 방식을 채택할지 상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은 정파와 계파, 지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어 소신 있는 의사표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자”는 친박계 이계진 의원의 제안은 소모적인 대립을 합리적으로 끝낼 묘책이 될 수 있다. 물론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쉬워 보이지 않지만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렵고 복잡할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법이다. 여권 내 친이-친박 모두 정치의 기본은 바로 대화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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