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제2의 성’ 등으로 기독교의 가부장성에 도전
김신명숙 여성 신학자는 20세기 여성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메리 데일리를 추모하며 “‘하나님 아버지’를 섬기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를 믿는 기독교가 얼마나 여성억압과 근원적으로 얽혀 있는지 폭로하고 비판하면서 가부장제적 종교 전체의 왜곡된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린 선구자”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를 중심으로 여성신학이 생겨나고 여성 목사가 출현하는 등 남성 중심적인 교회제도와 교리들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난 메리 데일리는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의 보스턴 칼리지 강단에 서면서 기독교의 가부장제와 싸움을 시작한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는 저서 ‘교회와 제2의 성’(여성신문사)과 ‘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는 여성신학을 공부하는 많은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을 가부장제에 두고 ‘자매애’의 공동체 회복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교회와 제2의 성’은 1968년 첫 출간 이래 신학, 여성학, 정치운동 등에 있어서 고전적 교과서가 되었다.
이 책으로 인해 당시 로마가톨릭의 미국 교단에서 세운 보스턴대학은 데일리의 교수직을 박탈하려고 했지만, 책이 삽시간에 매진되는 등 수많은 학생들의 지지로 데일리가 교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데일리는 1971년 하버드대학의 기념교회에서 여성 최초로 설교하는 기회도 갖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성, 생태학’‘순진한 욕망’‘아우터코스’ 등 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다.
페미니스트 매체 ‘미즈’를 창간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메리 데일리를 기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잘 훈련된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 시인이었다. 그녀는 가부장제가 가장 수호되고 있는 분야인 종교에서 그것을 없애기 위해, 혹은 지배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기는 어떠한 생각도 없애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사용했다. 화가와 예술가들이 죽고 난 후에 더 가치를 인정받듯 그녀의 업적을 잊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그녀가 계속 살아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