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슈인 연주하는 ‘불의 바이올리니스트’

“관중에게 강렬한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가끔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테크닉을 다소 포기하고 위험을 택하기도 합니다.”

‘불(火)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처럼 격정적인 연주로 전 세계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려온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44·사진)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2008년 미국 연예주간지 ‘피플’이 뽑은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성’이기도 한 그의 방한 소식에 음악을 애호하는 여성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코르샤는 2009년 발매한 ‘시네마(cinema)’ 앨범과 동일한 주제로, 28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또한 27일에는 EBS의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 TV에서도 그의 공연 실황을 볼 수 있어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성신문과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 계획 중인 프로젝트 중 가장 고대하는 것은 ‘한국 방문’”이라고 답했다. ‘시네마’ 앨범이 발매된 이후 전 세계로 투어 공연을 다니고 있고, 올해 차이코프스키 콘체르토 녹음도 계획 중인 그는, 바쁜 와중에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못생긴 바이올리니스트로 뽑힌 것보다는 나아요.” 수려한 외모로 국내 여성팬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자신을 ‘피플’지에서 가장 섹시한 인물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세계 패션의 중심지 프랑스 출신답게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음악가에게 카리스마와 태도는 아주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이라고 말했다.

코르샤는 현재 음악계에서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한 콘서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부터 명품브랜드 루이뷔통의 후원으로 171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그 바이올린에 ‘Zahn’이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Zahn은 여전히 최고이고 신비스러운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라벨, 비발디 등의 클래식뿐 아니라, 거슈윈의 재즈, 영화 ‘미션 임파서블’ ‘티파니에서 아침을’ ‘시네마 천국’ ‘스마일’ 등 다양한 영화음악을 선보인다. 프랑스 영화 ‘내 인생의 남자’를 비롯한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코르샤는 지난해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수록한 ‘시네마(Cinema)’를 발매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클래식 연주가로서 영화음악의 영역으로 발을 넓힌 이유는 그의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영화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추억하게 한다. 나는 개인적 삶의 경험들을 통해 얻게 된 다양한 이유로, 여러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만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영화에 대한 폭넓은 사랑 때문에 음반에 수록되거나 공연에서 연주할 영화음악을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코르샤는 “잊히지 않고 귓가에 맴도는 좋은 영화음악들이 무척 많았어요. 그래서 바이올린의 자연스러우면서 선명한 음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을 택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코르샤는 한국의 음악가와 영화, 음식 그리고 관중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그는 “파리의 국제 콩쿠르에서 본 19살의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와 김기덕 영화감독에 대한 인상이 깊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음식 애호가인 그는 “프랑스식이 아닌 진짜 한국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전했다.

매운 한국음식과 열정적인 한국관객, 그리고 ‘불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만나 어떤 앙상블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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