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슈’의 새로운 화두 ‘여성정체성’ vs ‘인터섹스’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부문에서 우승한 직후 성별 논란에 휩싸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 카스터 세메냐.   dosage for cialis sexual dysfunction diabetes cialis prescription dosage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부문에서 우승한 직후 성별 논란에 휩싸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 카스터 세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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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남(male)과 여(female)’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성 구분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이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으며 이와 같은 소수의 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인권 및 여성운동 진영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인터넷 여성언론 ‘Women News Network(WNN)’는 최근 ‘젠더 이슈’의 새로운 화두로 남성과 여성의 성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인터섹스(intersexed 양성자)’를 제시하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WNN 인도 특파원인 닐란자나 보우믹은 지난해 성별 논란으로 화제를 모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상선수 카스터 세메냐(Caster Semenya)의 사례를 통해 여성 정체성 및 젠더 인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핀란드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마틴 셰닌(Martin Scheinin) 유엔인권 특별조사위원은 ‘반테러리즘’에 관한 유엔 보고서에서 “‘젠더’란 더 이상 여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개념이  아니며 성적 지향과 성적 정체성을 포함한 여성과 남성의 역할, 기능, 책임을 규정하는 사회구조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며 “젠더는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과 맥락,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젠더’의 개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800m 부문에서 우승하며 명성을 얻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8세 육상선수 카스터 세메냐다. 지난해 7월 말 열린 아프리카 선수권에서 자신의 종전 기록을 8초나 앞당긴 데 이어 베를린 대회에서 또 다시 그 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한 세메냐는 대회 직후 성별논란에 휩싸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남아프리카 육상연맹에 그에 대한 생물학적 성감별 검사를 요청했고 그 결과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나 호주의 한 언론이 “세메냐는 남녀의 성을 한 몸에 가진 양성자이며 그는 자궁과 난소가 없고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고환도 있다”고 검사 결과를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IAAF는 11월 카스터 세메냐의 메달과 우승상금은 유지시킨다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같은 검사 결과가 카스터 세메냐가 여성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메냐는 남아공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은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도록 하셨다. ‘나는 나’이며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답변한 바 있다. 남아공 정부는 “세메냐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세메냐에 대한 불공정한 처사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했고 고국의 팬들은 그를 지지했다.

세메냐 사태로 인해 이전에 같은 경험을 했던 인도의 육상선수 샨티 순드라한(Shanthi Soundarajan)의 사례도 재조명됐다. 2005년 한국 아시아선수권 은메달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성 감별 검사를 요청받았고 ‘AIS’(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 안드로겐 불감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생물학적 ‘남자’임이 판명돼 메달을 박탈당했다. AIS는 태아로서의 성 염색체는 XY로 남자이지만 몸의 세포가 남성호르몬에 전혀 반응하지 않아 여성기관으로 대체되어 여성으로 살 수밖에 없는 유전적인 희귀질환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치욕적인 공개가 있은 지 1년 후인 2007년 샨티는 자살을 시도했고 현재 그는 고향 마을인 타밀나두에서 사설 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스포츠에 재능을 보이는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2007년 12월 유엔 여성지위향상국이 발행한 보고서는 “스포츠 활동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섹슈얼리티와 건강, 재생산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중요한 토론의 장이 되며 소녀들의 스포츠 활동 참가는 자신들의 몸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자기 존중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여성들은 소수이며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해왔다.

여성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것은 1900년 제2회 올림픽부터였으며 1966년 국제아마추어 육상연맹에 의해 성감별 테스트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일부 여성 선수들은 의사들 앞에서 알몸으로 검사받을 것을 요구당하는 등 치욕스러운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감별 테스트에 대한 몇 차례의 요청을 보류시켰으며 올해 1월 중에 스포츠 선수들 사이의 양성자와 다른 성차별 이슈에 관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카스터 세메냐의 사례는 남아공에서 양성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수년간 100건 이상의 양성자 케이스를 접한 남아공의 소아내분비학 전문가 데이비드 세갈 박사는 “‘자웅동체’라는 용어는 부적절한 명칭입니다. 한 사람의 신체에 해부학적으로 완전한 남자나 완전한 여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해부학적, 호르몬적, 염색체적으로 끊임없는 변화가 기관의 변화와 함께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양성자협회에 따르면 북미지역에서 양성자의 존재는 1000~2000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고 있으며 놀랍게도 100명당 1명 이상의 높은 비율로 약간의 양성자 신체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양성자로 태어난 아이들은 남성과 여성 중 한 쪽 성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며 대부분 의사와 부모에 의해 결정되지만 테스트나 역사적인 기록에 의해 이뤄지는 이러한 결정은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나중에 만성적인 정신질환이나 신체기능 장애를 겪는 이들도 많다.

전 세계 양성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북미 양성자협회는 “가장 큰 문제는 ‘여성 대 남성’이라는 일반적인 성 인식의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 외상과 오명의 부분이다. 협회는 이들이 겪을 수치와 원하지 않는 생식기관의 수술을 피하고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양성자협회는 “양성자들은 자연적인 변화로 이뤄진 인간의 다양성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젠더와 성 인식의 문제는 생물학적인 인간의 DNA 구조의 다양성 이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자들은 “‘모든 여성들이 XX염색체를 가지고 모든 남성들이 XY염색체를 가진다’라는 생물학적 성 판별법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이제 염색체의 문제를 넘어 ‘두뇌의 성(brain sex)’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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