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쓰고파"
‘예스24’ 주최로 독자와의 시간 가져
최근 신작 ‘당신 없는 나는?’(밝은세상)을 발표한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35·사진)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대표작 ‘구해줘’를 비롯한 작품이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못지않게 작가의 한국 사랑도 각별했다.
뮈소는 12일 온라인서점 ‘예스24’가 마련한 독자들과의 시간을 가졌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사전 신청을 받아 선정된 150여 명의 독자들이 행사장을 꽉 채워 국내에서만 50만 부 이상 판매된 인기 작가라는 점을 실감나게 했다.
작가에 대한 한국 2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반영하듯, 이날 참여한 독자의 90%가 여성이었다. 한 젊은 여성 독자는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팬들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366개에 달하는 인터넷 댓글을 출력해 작가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런 팬들의 사랑에 뮈소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 동안 10여 명에 달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충실히 응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특히 ‘당신 없는 나는?’에 등장하는 한국 여성 오문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뮈소는 “2년 전부터 한국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많이 받고, 한국 기자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소설을 통해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다음 소설에도 한국에 대해 언급할까 하고 있다. 언젠가 한국 여성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도 말해 현장에 있던 한국 여성들의 환호를 얻었다.
더불어 뮈소는 행사장인 이화여대의 복합시설 ECC(Ewha Campus Center)를 방문한 소감을 밝히면서, “투명한 유리 건물 내에서 여대생들이 공부도 하고 쇼핑 등 문화생활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을 배경으로 한국의 이화여대생과 프랑스 남성의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 방문이 그의 소설의 소재가 되는 ‘마이크로 이야기(micro story)’의 영감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해서 한국 팬들의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독자 임소정씨는 ‘당신 없는 나는?’ 본문 중에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을 낭독하고, 작가에게 그 구절을 불어로 낭독해 줄 것을 부탁했다.
“Pendant ces 4 secondes, vous avez peur(4초 동안, 그들은 몹시 두려웠다). Pendant ces 4 secondes, vous n’avez que des regrets(4초 동안, 그들은 몹시 후회했다).”
작가가 나직한 목소리로 시를 읊듯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는 순간 일순 정적이 흘렀다. 독자와 작가는 ‘한국적 추락’과 ‘프랑스적 추락’을 같은 마음, 다른 언어로 노래했다.
20대의 젊은 여성 독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완독한 소설이 ‘구해줘’다. 글을 따라 눈이 가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뮈소가 유독 젊은 독자층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스토리 전개와 생동적인 영상적 문체에 있다. 뮈소 또한 자신을 “영상문화와 전통문화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처음에는 작품에 한국 여성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마지막으로는 만난 독자 한명 한명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는 것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작가는 이미 ‘동방예의지인’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개미’를 알아보고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국인들의 혜안의 진가가, 기욤 뮈소에게서 다시 한 번 발휘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