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우리 집에서는 한 가지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미술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둘째 딸이 가족에게 미술사를 강의하는 것이다. 사실 강의라기보다는 자기가 공부한 것을 요약해서 발제하는 수준이지만, 우리끼리는 ‘미술사 강의’라고 이름 붙였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가 교재다. 아이는 매일 한 장 내지 두 장(章)씩 읽고 저녁에 ‘강의’를 한다. 책을 펼쳐놓고 거기에 실려 있는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관련된 설명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추려서 이야기해준다. 아주 간단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발상하게 된 이유는 아이가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책 좀 읽으라고 성화해보았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위해 자신이 공부한 것을 남에게 알려주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이는 말솜씨가 서툰 편이지만, 뭔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학습 효과는 훌륭하다. 설명해주려면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확실하게 복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 사이에 어떤 화제가 공유된다는 점도 뿌듯한 부산물이다.

어른들은 뭔가를 가르치려고만 하기에 아이들과의 관계가 늘 빡빡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 가운데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내용이 적지 않다. 중학교로 올라가면 교과서나 보조 교재가 웬만한 고급 교양서 수준이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학습욕구’로 전환시킨다면, 아이들의 지성이 더욱 충실해질 뿐 아니라 어른들의 문화가 한결 풍요로워질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순수한 호기심을 갖고 배움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열망만 있으면 된다. 진지하게 질문하고 겸허하게 배우는 태도가 요구된다.

가정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지역에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모태로 생겨나는 지역청소년센터에서 시도해봄직하다.

또한 예를 들어 주민자치센터에서 음대 지망 청소년들이 마련하는 작은 음악회 같은 것을 꾸며보면 어떨까. 그러한 경험은 음악인의 길을 걷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마을에는 마을극장이 있어서 청소년들이 종종 공연을 펼친다. 동네 어른들 앞에서 자신의 끼를 뽐내고 갈채를 받은 아이들이 평소에 함부로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나 부모나 개인적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회적 ‘성장’에는 너무 소홀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성인문화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지만, 정작 성인됨을 자각할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마당을 열어주자. 힘써서 배우고 성취한 것들을 모두의 선물로 내어놓도록 멍석을 깔아주자. 거기에서 우리는 세대를 넘어 서로를 매력적인 존재들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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