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즐거움’에 도전합니다"

 

“지난 10년이 기본권 획득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새로운 10년은 ‘즐거움’에 도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1999년 창립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 장명숙(46·사진) 대표는 지난해 말 10주년 행사를 치른 것을 계기로 새로운 10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10년간 여장연은 여성 장애인의 교육권, 노동권, 모성권, 폭력 방지 등 기본권 획득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여 왔으며, 이 같은 노력은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히 여장연은 법 제정 과정에서 여성 장애인의 관점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장을 ‘여성 장애인 별도의 장’으로 만들었다.

장 대표는 앞으로의 10년에 대해서는 장애 여성들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거나 문화체험, 생활체육 등 스스로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즐거움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우리들이 채택하기 어려운 주제였어요. 문화생활을 즐기려 해도 제약이 많고, 운동도 몸의 조건상 기피해오던 분야인데, 여성 장애인들이 좌식 배드민턴이나 좌식 탁구, 볼링 등을 하며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어요. 저도 소아마비 장애로 수영장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올해는 꼭 가보고 싶어요.”

‘여성’이면서 ‘장애인’이라는 이중의 차별과 소외를 느끼는 가운데 이루어낸 10년의 성과물이 이제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삶의 여유와 즐거움에 눈을 돌릴 수 있게 했다.

“앞으로의 10년은 여성 장애인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의 아픔에 대한 치유에도 시선을 돌렸으면 해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가족들 안으로 파고들어 그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던 관계에 화해가 필요합니다. 가족과의 화해, 그리고 이 사회와의 화해 모두요.”

그러나 장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 대해선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의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빗나가는 정책의 방향을 보노라면 아직도 변하지 않은 인식을 읽을 수 있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 통과된 국회 예산안에서 장애인연금 삭감 등 장애인단체의 요구가 외면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해주고,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이 더디지만 조금씩 이루어왔던 길이라 절대 어느 개인의 것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난 10년을 소회한 장 대표는 “길을 만들어야 했던 지난날에 비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즐거움에 대해 얘기하며 걸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날의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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