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주인공은 호랑이. 특히 우렁찬 백호랑이의 기상으로 시작하는 올 한 해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씩씩한 발걸음이 기대된다. 

호랑이는 사실 우리 설화나 민화 속에서 친근하거나 믿음직스런 동물이 아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호랑이는 대체로 부정적인 모습으로 전해내려 온다. 예를 들어 떡장수 엄마의 떡을 야금야금 하나씩 빼앗아 먹고 끝내 그 엄마마저 통째 잡아먹는 사악한 욕심쟁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공포의 괴물,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다가 펄펄 끓는 팥죽 솥에 빠져 죽는 탐욕의 대표선수로 등장한다. 민화 속 단골주제인 ‘까치와 호랑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영리하고 작은 까치와 대비되어 어리석은 바보처럼 보인다. 속담에서는 ‘호랑이에게 고기 달란다’ 또 ‘호랑이에게 개를 꾸어준다’ 등에서 나타나듯, 한번 그 손에 들어간 것은 되찾을 길이 없는 욕심 사납고 인색한 캐릭터다. 성질도 조급하다. 단군신화에서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곰과 함께 인내심 테스트를 받다가 참지 못하고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 야성을 선택한 ‘규범 밖’의 존재다.   

이런 호랑이의 부정적인 면이 여성에게 연장되어서 ‘범띠 가시내’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호랑이띠 여성들이 팔자가 세다, 극성이다, 제멋대로다 등의 말이 생겨났다. 백마, 백호, 용띠 등 대체로 크고 힘이 센 동물 띠를 가진 여성들은 이런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여성의 활발한 사회참여가 이뤄진 시대에 적극적인 성향은 오히려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호랑이에도 암수가 모두 있는데, 여성에게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터무니없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올해의 주인공 백호랑이는 다른 동물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상을 가진 카리스마의 결정체다. 호랑이는 날쌔고 용맹스러울 뿐 아니라, 죽은 것은 먹지 않고 신선한 것만 입에 댄다고 한다. 특히 눈부시게 빛나는 백호랑이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2010년을 살아갈 우리들에게 백호랑이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의롭게, 힘차게 살아가라는 강력한 기원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한 가지, 이 멋진 카리스마의 주인공 호랑이가, 욕심을 참지 못할 때, 제왕의 위용을 잃어버리고 어리석은 조롱거리로 전락했음을 기억하자. 제왕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인 육체의 힘과 포악한 본능이 아니라 절제와 위엄에서 솟아올라 감동을 줄 수 있을 때 성립한다.

2010년 세상을 사는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호랑이의 조건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새 천년의 첫 번째 10년을 맞아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다. 그동안 우리가 물질적인 힘만 믿고 우쭐대는 호랑이였다면, 올해는 진정한 위용을 갖추고 존경받는 호랑이로 거듭나야 한다. 다문화 공동체를 수용하고, 성숙한 민주주의와 양성평등을 일궈나가는 글로벌 선진국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여성들에게 백호랑이 기상이 요구된다.

백호랑이의 기상을 받은 여성들이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어가는 새 시대의 신화를 기대하며 새해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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