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더 이상 대립과 갈등이 없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절박한 희망이 실현되기엔 올해 한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불예측성과 불확실성이 높다.

경제에는 복잡한 경제활동 전체를 ‘경기’로서 파악하기 위해 제품·자금·노동 등에 관한 많은 통계를 정리·통합해서 작성한 지수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경기동향지수’다. 현재의 경기에 대해 상승과정과 하강과정의 정도를 파악하고, 아울러 장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실마리로 삼는다. 2010년 한국 정치를 ‘정국동향지수’의 관점에서 전망해보면 그리 밝지 않다.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는 ‘첩첩산중(疊疊山中)의 정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 세종시, 지방선거, 개헌, 북한 변수가 있다.

만약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표는 결코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 없고, 대통령은 한방에 모든 것을 보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으며, 경제가 좋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착각과 오만에 빠져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분당을 포함한 가장 잔인한 세월을 맞이할지 모른다. 세종시 산을 넘으면 6월에는 지방선거의 산이 나타난다. 정권 중반에 펼쳐진 중간평가 성격의 역대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은 예외 없이 모두 참패했다. 유권자가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는 과거를 보고 정부를 심판하는 ‘회고적 응징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1월부터 사회 전체가 세종시 문제로 대립하고 충돌하면 정작 지방선거의 관심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공천은 늦어지면서 선거가 졸속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최대 피해자는 조직과 인지도에서 열세인 여성이 될 것이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 여성계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넘어 여성의 정치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선거법 개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후 이명박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견제하고 정국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작년에 제기한 ‘제한적 개헌’ 카드를 꺼내들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여여, 여야, 야야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개헌 카드는 세종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친이계가 원하는 권력구조는 ‘이원집정제’인데 반해, 박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이미 제안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동의 없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인 박 전 대표가 이원집정제를 반대하는 한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변수는 올해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가장 험준한 산이 될지 모른다. 북한의 급변 사태는 산사태처럼 급작스럽게 올 수 있어서 불안하다. 작년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정반대인 동이불화(同而不和)로 끝이 났다. 올해는 만사형통의 희망이 첩첩산중으로 빛을 잃지 않도록 정치권은 무엇보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펼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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