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호랑이’ ‘대나무 아래 호랑이’ ‘어미와 새끼 호랑이’ 등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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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맹수의 왕 호랑이는 산속 깊이 살면서도 배가 고프면 산에서 내려와 가축과 사람을 해치기도 하는 난폭한 동물이다. 시간대로는 오전 3시부터 5시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예로부터 힘과 용맹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조선 18~19세기에 그려진 ‘호랑이 무리’(작자 미상) 그림을 보면 호랑이들이 무리를 지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낄 수가 있다. 호랑이는 ‘물에 용왕이 있다면 산에는 호랑이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적 권위로 신격화되었다.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의 민화에 나타난 호랑이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상들은 이러한 호랑이의 권능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지혜롭게도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바꿔내었다. 그리하여 민담이나 설화에서 산신은 보통 호랑이와 함께 다니곤 한다.

민화 하면 호랑이를 떠올릴 정도로 호랑이는 민화에서 많이 그려졌는데 그 중에서 일명 ‘까치호랑이’가 유명하다. 까치호랑이란 워낙 호랑이가 까치와 함께 자주 그려져서 생긴 별칭이다. 왜 하필이면 호랑이는 까치와 함께 그려졌을까?

민화 전문가인 김민기 밝터 민속박물관장의 설명에 따르자면 호랑이는 오행(금, 목, 수, 화, 토) 중에서 ‘금’에 해당한다. 호랑이는 가을과 형벌을 관장하고 불을 두려워하는 반면, 까치는 불의 기운을 상징한다. “호랑이의 흉포함으로 인해 모든 사귀요마는 두려워 달아나지만 까치라는 방패막이를 이용해 호랑이 민화의 주인인 사람에게는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이다. 덩치로 보면 훨씬 작은 까치에게 몸을 숙이는 호랑이여서인지 까치와 함께 있는 호랑이는 언제나 우물쭈물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인 반면, 까치는 단정하고 의기양양한 것이 특징이다.

까치호랑이와 함께 임희지와 김홍도의 합작인 ‘대나무 아래 호랑이’ 그림도 유명하다. 대나무는 임희지가, 호랑이는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호랑이 그림은 보통 민화 속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어 익살스러운 데 반해 입을 다물고 있어서 대나무의 기개와 함께 ‘수호신’ 호랑이의 매서운 정신력을 잘 보여준다.

민화 중에는 새끼호랑이와 함께 있는 어미 호랑이 그림도 많다. 도망가는 고양이의 절묘한 순간을 묘사한 ‘파적도’를 그린 풍속화가로 유명한 김득신의 ‘어미와 새끼 호랑이’ 그림은 소나무 아래에 정겹게 누워있는 어미와 새끼 호랑이의 모습에서 자식을 돌보는 인자한 어미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2010년은 이 어미 호랑이처럼 용맹스러움과 너그러움을 동시에 지닌 마음으로 시작해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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