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 6명 중 1명이 식수 찾아 헤맨다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이다. 지구는 그 기간의 3분의 1은 무생물 상태였고, 30억 년 전 물 속에서 만들어진 단세포 생물이 생명역사의 효시다. 생명을 잉태시킨 물은 이들 생명의 근원일 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체 모두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물론이고, 공중을 나는 새, 땅위의 모든 생물들은 물을 찾아 생명을 유지해 간다.

인간의 몸 자체도 실은 수분으로 메워져 있다. 인간 뇌의 75%, 심장의 75%, 허파의 85%, 근육의 75%, 혈액의 83%, 간의 86%, 신장의 83%가 물(Royal Water Processing Unit, 2007)임을 감안할 때, 인간의 몸은 그야말로 물 범벅이다.

인간이 걸어온 삶의 자취를 보아도 물은 항상 곁에 있었다. 인류역사는 물에 의한 문명 발상과 다양한 문화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두 발로 걸은 인류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360만 년 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의 라오톨리 지역에 세 명 가족이 물웅덩이를 찾아 걸어간 발자국(Laotoli footprints)을 남겼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직립원인들 또한 항상 물 곁에 머물렀다.

100만 년 전의 쟈바인은 솔로강 변에 살았고, 60만 년 전의 북경인은 황하 지역에서 살았다. 인간사회의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이동’의 역사가 1만 년 전 신석기시대의 ‘정착’의 역사로 바뀐 까닭도 물이 있어서 먹거리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4대 문명 발상지도 나일강,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 인더스강, 황하 유역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실은 인간사회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표현한 가장 오래 된 기록의 하나가 성경이다. 창조 과정의 둘째 날 궁창(하늘) 위의 물과 궁창 밑의 물로 분리하는 작업으로, 대기 속의 수분인 수증기와 구름인 물과 바다를 분리하여 물 세계를 창조하였다. 셋째 날에는 바다와 땅을 분리하여 물의 존재를 땅보다 먼저 만들었다. 인간의 조상을 위한 파라다이스인 에덴동산에는 강의 발원지와 함께 4개의 강 지류가 있다.

지구의 물은 바다와 강이 담고 있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이고 29%가 땅이다. 그 땅도 강들로 굽이굽이 물 적셔져 존재한다. 지구상의 물 중 97.5%가 바닷물이고, 2.5%만이 담수다. 담수는 빙하, 만년설, 지하수, 호수, 하천, 습지 등에 담겨 있어서 인간에게 할당되는 물의 양은 1인당 65억 리터다. 그러나 담수의 80%인 빙하를 제외하면 일인당 13억 리터에 그친다. 이 적은 양의 물 중 99.5%가 심층수, 오염된 물, 토양수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인간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일인당 600만 리터에 불과하다. 이는 총 지구상 물의 약 0.003%에 지나지 않는 현실을 21세기에 사는 지구인들은 인지해야 한다(WET 자료). 

이와 같은 물 관련 수치를 보면 왜 세계인구 6명 중 한 명이 먹을 물을 찾아 헤매고, 유엔은 2015년까지 이들 물 부족 인구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실은 아프리카인들은 21세기인 현재에도 물구덩이를 찾아 서너 시간씩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걸어 다니고 있지 않은가. 라오톨리 발자국을 만든 360만 년 전 그들의 조상들과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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