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부 베스트셀러 ‘연탄길’ 소극장 무대에
동생의 생일날, 탕자면 한 그릇 시킬 돈밖에 없는 누나는 자장면 두 그릇이 아닌 동생이 먹고 싶어 하는 탕자면 한 그릇만을 주문한다. 둘의 모습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중국집 여주인은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아이들에게 푸짐한 요리를 내어준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30여 년간 대학 청소부로 일하며 딸을 키워낸 엄마. 그 사이 어린아이였던 딸은 같은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교수의 자리까지 오른다. 먹고 살만해졌지만 여전히 대학 청소부를 고집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쉬게 해주고 싶은 딸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 때문에 부딪친다. 결국 엄마가 청소부를 그만두고 나서야 딸은 엄마에게 청소부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닫는다.
뮤지컬 ‘연탄길’은 원작의 120여 개 에피소드 중 6개를 묶어 4개의 스토리로 재구성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 남자 친구들 간의 우정, 자식을 향한 엄마의 희생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추운 겨울밤 꽁꽁 얼어붙은 길에 연탄재를 뿌려 미끄러지지 않도록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연탄길’처럼 작품에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있다.
‘연탄길’은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하는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한 소극장 무대에 그 흔한 스타 배우도 등장하지 않고 뮤지컬 전문 배우들로 구성된 배우들은 누가 주연이라고 꼽기 힘들 정도로 모든 에피소드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를 펼친다. “무대와 조명의 화려함과 기교가 아닌 배우의 몸과 연기로 작품의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는 박상우 연출가의 말처럼 배우들이 선보이는 노래와 안무 또한 극을 꾸미는 장치가 아닌 관객에게 잔잔히 다가간다. 대사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도 귀 기울여 듣게 되는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모든 에피소드가 너무나 전형적인 착한 결말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진실에 관한 이야기”라는 이철환 작가의 말을 실현하자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이 담겨야 하는 법. 120여 개나 되는 원작 ‘연탄길’의 방대한 에피소드는 이제 막 초연을 시작한 창작뮤지컬 ‘연탄길’의 무한한 가능성이자 한계점일 것이다. 연출 박상우, 출연 조순창·임선애 등. 명보아트홀에서 오픈 런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