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 건립, 인천국제여성미술비엔날레 절반의 성공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은 경복궁 옆 국군서울지구병원과 국군기무사령 부지를 합친 곳에 ‘서울관’을 건립하기로 발표했다. 올해 초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새롭게 관장으로 취임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시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울관을 2012년 말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이러한 큰 변화를 앞두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개관 예정지에서 달라질 미래를 향한 활시위를 당기듯 기획전 ‘신호탄’을 열었다. 최근 정부는 서울관의 개관 예정 부지의 면적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도심 문화행정의 성공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에는 여느 미술이슈보다도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변화의 조짐은 국립 미술기관뿐 아니라 미술 교육기관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초 홍익대는 미술대학 입시에서 실기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2013년에는 전원 무실기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홍익대는 2011년도 미대 수시모집에서 무실기 전형생 수를 88명(전체 미대 정원 500명 중 18%)으로 확정 발표했는데, 홍익대의 이러한 과감한 조치는 일련의 실기고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와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맞물려 현 실기 위주의 미술교육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의 씨앗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큐레이터인 정도련씨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부큐레이터로 임명된 일이 그것이다. 이는 향후 세계 미술 속에서 한국 미술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미술에서도 8월에 인천국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지금까지의 여느 세계 여성미술제에 못지않은 규모의 인천국제여성미술비엔날레에는 400여 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했다. ‘여성미술’의 이름으로 정부로부터 6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여성과 미술에 대한 관심을 국제적으로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간 잠잠했던 ‘여성’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역 내에서 행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관계 전문가들이 향후 비엔날레 개최 계획 및 그 내용의 조율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여성미술’만이 가질 수 있는 특색과 정신, 그리고 브랜드의 장점을 발전 강화시키면서 조화로운 변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6월에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있었던 김진숙 작가의 개인전도 여성과 미술의 관계를 과거와 달리 생각하게 한 하나의 계기였다. 김진숙 작가는 1985년 김인순, 윤석남 작가와 함께 페미니즘 미술운동의 시초 중 하나로 여겨지는 ‘시월모임’에 참여했고, 그로부터 약 25년 만에 국내에서 ‘컴백 홈’ 성격의 개인전을 치러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2009년을 기점으로 미술계에서 여성담론이 새로운 미술환경에 발 맞춰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다.
고미술뿐 아니라 현대 작가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이어졌다. 2009년은 하인두 작가의 20주기로 8월에는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기념전이 열렸다. 또 생존 작가로 이우환(국제갤러리)과 이강소(갤러리현대)의 전시회 및 여성 작가 윤석남(학고재)의 전시가 열려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재불 작가이자 원로 여성 작가인 이성자 작가가 향년 91세로, 투병 중에도 문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김점선 작가가 향년 63세로 타계한 해이기도 하다. 특히 김점선 작가는 살아있음의 ‘투쟁’을 여러 권의 책(‘점선뎐’ ‘나 김점선’ 등)에서 자신만의 담백한 필치로 풀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