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곧 인권, 이기주의 넘어 공생으로 갑시다"
물 이슈에 ‘여성’ 넣지 않으면 문제 해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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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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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일찍이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코피 아난은 말했다. ‘물’의 문제는 교육과 젠더(gender, 사회적 性)의 문제라고.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의 말을 듣노라면 이 전제는 결국 ‘물은 인권이다’란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그는 유엔 물위원회 주간 세계물포럼 한국 지부인 한국물포럼에 지난 7월 전 국무총리 인 한승수 초대 총재에 이어 2대 총재로 부임했다. 이후 ‘물’ 공부에 푹 빠져 산다는 그에게선 대화 사이사이 “물을 알면 알수록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절박한 문제와 얽히고설킨 분쟁 때문에 물이 자꾸 무서워진다”는 말이 탄식처럼 새어나오곤 했다.

문화인류학에서 출발했지만 “개인 이기주의에 질려 이를 초월하는 공생을 추구하다보니” 어느새 환경 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동했다는 박 총재는 동남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저명인사’로 분류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더 잘 알려진 환경운동가다. 이런 그가 지난 10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 WWC) 총회에서 첫 ‘여성’ 집행이사로 선임됐다. 아시아인으로서도 최초였다.

WWC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과 개발회의(UNCED)’에서 ‘물’ 분야를 따로 떼어내 총괄할 국제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탄생했다.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 300여 개 정부기관·시민단체·기업 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세계 최대 물 관련 국제 민간기구다. 주요 의사결정권은 3명의 회장과 4명의 집행이사에 의해 실행되는 구조이기에 여기에 여성이 진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사건’이었다. 그래서 그는 귀국하자마자 부랴부랴 이 기쁜 소식을 대선배인 환경운동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에게 알렸고, 박 고문 역시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내년 1월 네덜란드 회의에서 그는 정식으로 집행이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 일이 여성노동의 80%… 여성일수록 ‘물’지식 풍성

“세상에, 이렇게 중요한 국제기구 집행단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게 너무 어이없었다. 물포럼을 맡은 관계로 처음으로 총회에 참석해보니 단상엔 모두 검은 정장의 남자들만 있었다. 참가 여성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는지 ‘여성’ 이사를 열심히 주장했고, 어느새 이사 후보 물망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집행이사로 선임됐다. 여기에 국토해양부·한국수자원공사·한국물포럼·한국수자원학회 등이 총회에 적극 참가하고, 또 이들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지닌 남부유럽 국가들과 연대한 것도 한 몫을 했다.”

그의 지론은 “물 문제는 곧 여성의 문제”라는 것. 물론 생리학적으로도 여성이 물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이에 더해 여성과 관련된 물 통계를 들이대면 정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에 따르면, 물에 관련된 여성의 일은 요리, 아이 목욕, 집안일 등에 이르기까지 전체 노동의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물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선 철저히 배제돼 있다.

“2004년 유네스코 기록만 보더라도 여성 노동 시간의 60%가량이 물을 길어오는 데 소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가장 극심한 아프리카의 경우, 여성들은 하루 평균 3시간을 물을 얻는 데 쓴다. 따라서 물에 관한 지식은 체험적으로도 여성에게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국제기구들은 민간요법, 기록 등 여성의 전통적인 지식을 적극 활용하자고 말한다.”

그는 타도해야 할 일상 말버릇 1호로 ‘물 쓰듯 한다’는 표현을 꼽는다. 매년 2400만 명이 물 부족으로 이런저런 병에 걸려 죽어가고, 전 세계적으로 6명 중 1명이 식수 부족으로, 2.5명 중 1명은 손을 씻고 배설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유엔이 새천년개발목표(MDGs) 주요 목표 중 하나를 물 부족으로 식수와 위생에 고통 받는 인구를 2015년까지 12억5000만 명으로 줄이는 것으로 설정했겠는가.

우리 몸의 3분의 2가 물이듯 지구 몸의 3분의 2 역시 물이지만, 하천이든 늪이든 어떻게 해서라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물은 3%도 채 안 된다. 전 지구의 97.5%가 바로 바닷물이기 때문.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전 세계 물을 모아 5L 용기에 담는다면 먹을 수 있는 물은 겨우 티스푼 하나 정도”다.

“가장 가슴 아픈 일 중 하나는 바로 이 물 때문에 아프리카에선 소녀들이 강간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상한가? 물이 없어 여학교에 화장실이 없고, 그래서 학교에서 좀 떨어진 풀숲 같은 데서 용변을 보다보면 남성들에게 희생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럽에선 일찍부터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 화장실을 지어주자는 운동을 한다. 우리도 ‘여성의 이름’으로 이런 운동을 할 만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최근 공적개발원조(ODA)에 양성평등 조항을 넣었다고 하는데, 물 이슈도 이젠 절대적으로 성 인지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물 때문에 아프리카에선 소녀들이 강간당하기 일쑤

그는 “우리 집 물은 한 방울이라도 아끼려 하고 목욕탕 등 남의 물은 펑펑 쓰려 하는” 무의식적인 물 이기주의를 없애고, 물을 자원으로 잘 활용하려면 수자원청 같은 정부기구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환경부의 경우 물의 질을, 국토해양부의 경우 물의 양을 중점 관리하는 이분법적 체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환경계의 키워드는 효과와 효율(effective & efficient)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70%가 농업용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50%도 채 못 된다. 지난 9월 북한에서 황강댐을 무단 방류해 임진강 참사가 빚어진 것처럼, 물은 안보문제와도 밀접하다. 현재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경우에도 길은 끊어서 개발할 수 있는데, 물은 길과 달리 끊어 다룰 수 없기에 논란이 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물 관리에 대해선 한층 엄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물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 문제에 “기가 막히다”란 말을 연발하는 박 총재는 이 물 난국을 뚫고 나갈 돌파구로 ‘물 교육’을 꼽는다. 미국 몬태나 주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물교육 기구 WET(Water Education for Teachers)와 국내에선 유일하게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판 물교육 교재를 만들어내느라 물포럼 직원들과 함께 씨름 중이다. 280쪽에 이르는 상세한 매뉴얼을 기초로 물교육 교사 자격증도 구상 중이다.

우선은 유네스코 협력 기관인 국내 100여 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시범 교육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여성친화적인 이 직종을 잘 개발해 환경 마인드와 함께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다발적인 부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지구촌 시선은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에 온통 쏠려 있었다. 환경 위기의식과 국가 이기주의가 맞물려 연이어 쏟아내는 보도들을 접하면서 종종 박은경 총재를 생각하곤 했다. 그는 환경정의시민연대와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환경운동단체뿐만 아니라 대한YWCA연합회 회장과 세계YWCA 부회장,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통영센터 운영위원장 등으로까지 국내외로 보폭을 넓혀 활동해왔다. 그 와중에 일어난 2008년 조각 파동이 새삼 떠올랐다. 당시 한 일간지가 “땅 사랑”과 “투기” 발언을 짜 맞추기해 대서특필하면서 결국 그의 환경부 장관 낙마로 이어졌다. 언론 보도의 부정확성과 왜곡 행태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퇴 성명서를 내고 그는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조각 당시 억울함 담담히 씻어내 "미래 세대 물교육에 전념"

 

그렇기에 그는 당시 문제의 그 언론이 최근 세계물위원회 여성 첫 집행이사가 된 그의 인터뷰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 것에 새삼 감회가 깊다. 자신의 결백을 어느 정도 방증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동안 아내의 활약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던 남편(정구현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퇴임을 앞두고 쏟아지던 총장, CEO 자리 제의가 어느 순간 썰물처럼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빚 진 기분”을 톡톡히 느꼈다. 그는 지금은 “일생 NGO로, 비정규직으로 살아왔고, 다 하늘의 뜻이거니 하면 억울할 것도, 가슴 아플 것도 없다”며 “평생 쌓아온 내 전문 지식으로 국가에 기여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담담해 한다.

“딸아이의 딸, 그러니까 여섯 살 된 손녀와 전화로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손녀가 그런다. 우리 집에 와서 침대처럼 큰 식탁에 누워 자라고. 왜 하필 식탁이냐고 물으면 ‘할머니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러곤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아 손잡이를 탁 누르면 할머니가  자기 몸에서 나와 큰 바다로 헤엄쳐 나가게 되고, 거기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물고기와 함께 놀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지어낸다. 내가 손녀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그런다. 누구 손녀답다고.”

때론 조용하고 내실 있는 움직임이 감동을 준다. 그것이 정녕 ‘회복’이라 부를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일생 환경운동을 하며 그 스스로 말하듯 ‘비정규직’으로 살아왔고, 어느 순간 영광의 절정에서 다소 미끄러졌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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