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유산(遺産) 하면, 부모가 남겨주는 재산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유산 이야기만 나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려줄 돈이 있는 부잣집의 일로 여기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그러나 아니다. 폭력 하는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폭력 하는 버릇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남을 많이 돕는 독지가는 그 아버지로부터 남을 돕는 마음과 습관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어떤 아버지가 후회하며 절규하던 말이 생각난다.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가 싫어서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와 똑같은 아버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젊은 독지가로부터 이런 말도 들었다. “어릴 적에 아버지는 거리의 가난하고 불결한 아이들을 가끔씩 데려다 돌보아주었고, 심지어 어떤 때는 내 방에서 함께 잠을 자게도 했습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울고 반항도 했고, 가출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처럼 남을 돕는 일이 자연스럽게 여겨졌고, 즐겁게 여겨졌습니다. 아버지의 행동이 이제 30년이 지나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부모가 물려주는 유산에는 돈과 재산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마음 씀씀이와 행동습관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명심할 가장 중요한 아포리즘(警句)의 하나는 단연코 “당신의 자녀는 결국 당신이 보여주는 삶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정작 돈과 재산은 유산의 큰 몫이 되지 못한다.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그룹의 신화를 이룬 정주영 회장이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그 엄청난 부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런 재산을 만들 수 있는 마음과 행동습관을 부모로부터 유산으로 받았고, 이 유산을 활용해서 무(無)에서 거대한 유(有)를 형성해 낸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윈도 시스템을 개발해 엄청난 부를 이루었는데, 그는 이 재산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고 있다. 전 재산을 사회사업에 내놓았는데,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자선의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분명 돈과 재산은 아니다. 그의 가난한 친아버지와 양아버지는 돈과 재산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남다른 시선을 유산으로 남겼고, 키워준 어머니와 외조부모는 사랑과 배려라는 교훈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가 온갖 난관을 뚫고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그런 마음과 행동습관이라는 유산이 빙산의 밑 부분처럼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도 채 안 되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젊은 엄마가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남겨두고 가야할 일곱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1년 후, 자기가 죽고 나면 이 아들은 이제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엄마 없이 혼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을 찾아내어 하나씩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한다.

우선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라면이라도 혼자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것이다. 영문을 몰라 하는 아들의 손을 잡고 가스 불 켜는 것을 가르치며, 엄마는 속으로 울었다.

“자 이제 그럼 또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이 엄마의 머릿속에 스치는 상념은 대단히 복잡할 것이다. 돈과 재산을 유산으로 남겨준다고 하자. 그러나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정신이 약해지면, 그것이 무슨 위안이 되고 소용이 될까? 천대와 괄시를 견뎌낼 힘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힘든 세파를 흔들리지 않고 견뎌낼 삶의 지침은 어디서 얻어야 하나? 삶에 너무 지쳐서 세상을 원망하고 남에게 폐만 끼치는 사람이 되지나 않을까?

시간의 길이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모두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부모다. 자녀들은 불원간 혼자서 독립해서 살아가야 한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시점부터 자녀들이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그들을 준비시켜 주어야 한다. 이 준비 과정이 바로 유산 남기기 과정이다.

유산은 자녀를 독립시키는 날 봉투에 담아 건네주는 돈과 재산문서가 아니다. 자녀가 태어나는 날부터 부모 슬하를 떠나서 따로 살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일상생활을 통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마음새와 생활습관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슬하를 떠나는 순간부터 부모들이 보여준 삶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산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인간의 굴레인 것을 어떻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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