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계혈통 중심적 ‘본’과 ‘등록기준지’ 존치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향후 2년 동안 무분별한 증명서 발급을 막을 방안을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그간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되는 개인 정보의 노출이 과다하다는 민원이 속출하는 등 그 부작용이 잇따라 지적되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주광덕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 개의 개정안을 통합해 마련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입양관계가 있는 경우 양부모를 친부모로 기재하게 됐으며, 사용 목적에 따라 최소한의 증명서만 요구하도록 하는 원칙을 규정하고 전부증명서와 달리 사생활 보호를 위한 일부증명서가 도입됐다.

그러나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를 비롯한 일부 여성계, 시민사회계는 이번 개정안이 여전히 개인정보 노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여전은 이번 개정이 통과된 7일 논평에서 “일부증명서 발급은 공포된 지 2년 후에 시행할 계획이어서, 향후 2년 동안은 무분별한 증명서 발급 및 개인정보 공개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정희 의원안에 명시됐던 개인정보보호원칙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이 빠져 “채용 시 각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기업을 단속할 방법도 없다”고 비판했다.

여전은 이어 “일부 사항 증명서 조항은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을 담아 발급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내용을 생략하고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다’고 명시한 채 통과됐다”며 일부 증명서 발급 규정 자체가 사문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정희 의원 역시 애초 자신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보다 미흡한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7일 논평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호주제의 본적 개념을 계승한 가족관계부상 ‘등록기준지’와 ‘본(本)’을 기재하도록 한 조문이 존치된 것은 “남계혈통을 중심으로 한 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보고 있어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 전환과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가 그대로 공개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은 증명서 발급 규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대안으로 일부 사항 증명이 2년 후가 아니라 즉시 가능해야 하고,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의 기재 내용 중 변동사항은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만 기록하게 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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