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약을 조제하고 있어요"
신세대 일본작가 선두주자로 국내 팬 많아
상처와 치유가 공존하는 작품들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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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N.P’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슬픈 예감’ 등 일본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권쯤은 읽었을 법한 소설을 써온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사진)가 신작 ‘데이지의 인생’(민음사)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87년 데뷔한 이래 ‘가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신세대 문학의 신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 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문학”이라고 생각한다는 바나나는 이번 작품에서도 일상적인 감성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풀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나라 요시모토가 표지 그림을 포함한 삽화 15점을 그려 특별함을 더했다.

소설 ‘데이지의 인생’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데이지가 소꿉친구 달리아와의 우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 받고, 훗날 달리아의 죽음까지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이 일본에서 발표된 것은 2000년이니, 어느덧 10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싱글이었던 바나나는 결혼을 해서 일곱 살 된 아들이 있는 마흔 넷의 엄마가 됐다. 그녀는 “소설을 쓰던 당시 일본에서는 잔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부드러운 베일로 감싸놓은 커튼의 안감 같은 느낌으로 아픈 경험이 있었던 한 소녀의 마음을 그려봤다”고 말했다.

죽어가는 엄마를 사고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던 데이지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우리 모두가 친절하고 아름다운 예정을 따라 기적적으로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삶 곳곳에 남아있는 엄마의 흔적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저리는 슬픔에 젖기도 하지만, 브라질로 이민가기 전까지 친밀감 가득한 시간을 나눈 친구 달리아에게 큰 위안을 얻으며 살아간다.

머지않아 달리아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지만 데이지는 반쪽이 없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위안한다. 많은 생명이 무사히 이 땅에서 약동하며 살아가듯이 자신은 불쌍하지 않다고, 모두 겪는 일이니까 특별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리고 데이지는 이 세상 모든 것을 고요하게 적시는 비를 바라볼 뿐이다.

이처럼 바나나의 작품에는 늘 ‘상처와 치유’가 공존한다. 그래서 대부분 슬프고,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놓여있을 때 그녀의 작품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 아픈 순간에 자신의 책을 찾아준 독자들에게 바나나는 나지막이 전했다.

“제 작품은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섬세하고,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필요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해열제와 같이 치유과정을 담아내는 소설을 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소설 속에서 유령의 집처럼 스산한 경험을 하거나 마음을 졸이는 감정을 느끼더라도 반드시 출구로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특히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한국의 여성 독자들에게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데 각기 적합한 약들이 있는 것처럼, 저는 소설이란 형태를 빌려 약을 조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최근 들기 시작했어요. 조금씩 계속 부위를 바꾸면서 글을 써왔으니까요. 그러니 아플 때마다 각 증상에 맞는 소설이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그렇게 제 소설을 골라 읽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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