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잔혹 음란물 용서할 수 없다"
"사이버 잔혹 음란물 용서할 수 없다"
  • 임유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2.04 11:42
  • 수정 2009-12-04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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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특별법 적용 촉구 의견서 제출
여성 네티즌들을 상대로 사이버 성폭력을 저질렀던 일명 ‘김항문 사건’의 가해자 김모(25·대학 휴학 중)씨가 미 영주권자 신분으로 입국,여성 네티즌들의 집단 고소로 수배된 지 3년2개월 만에 전격 체포됐다(본지 1058호 보도). 이에 따라 사이버 성폭력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고소로 주목을 받았지만 3년2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사건이 또다시 네티즌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생면부지의 여성 네티즌들이 연대해 가해자 불구속 입건이라는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6년 8월 20일 자정 무렵 ‘김항문’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남성 네티즌이 국내 최대 규모 여성포털 사이트인 ‘마이클럽’의 게시판에 80여 건의 게시물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게시물은 여성의 항문에 성인 남성의 팔뚝, 무, 사과 등이 삽입된 사진, 여성의 항문을 벌려 내장까지 들여다보이게 한 사진 등과 함께 ‘그녀의 항문을 강간하자’ ‘나에게 강간당한 마이클럽 여성들의 항문 내부에는 나의 정액이 고여 있다’는 등의 언어 성폭력으로 가득했다.

다음날 아침 무심코 게시물을 클릭했던 마이클럽 여성 회원들은 그 지나친 잔혹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구토를 했다는 여성도 있었다. 그리고 분노한 여성들은 “성적 학대를 받는 이미지들은 음란하기보다는 잔혹하다. 명백한 사이버상의 성폭력이다”라며 ‘방송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뿐 아니라 성폭력특별법 14조에 의거해 집단 형사고소를 했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를 집단 형사고소한 데 이어 가해자의 사이버성폭력에 동조했던, 여성과 여성부 비하를 일삼던 ‘남성 가족부’ 사이트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1081명이 집단 신고해 사이트 폐쇄 조치를 이끌어냈다. 또 가해자의 행위가 ‘사이버상의 성폭력’임을 인식시키고 “여성들도 더 이상 피해자로만 남지 않겠다. 안전한 환경에서 통신할 권리를 침해받지 않겠다”는 결의 하에 사이버 상에 고소사건을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이들 중 300여 명은 다음에 ‘선영이네’라는 카페를 새로 개설해 자료팀, 미디어대응팀, 언론홍보팀, 바람잡이팀 등을 만들어, 쪽지나 메신저로 범행 증거 자료를 취합해 밤새워 사건 정리 자료와 사건일지, 기고문을 작성해 언론사에 보냈다. 언론에 보도되면 ‘1.1.1작전’(1번 조회, 1번 추천, 1번 댓글 달기)을 펼치거나 ‘기사후원’을 했다. 당시 ‘개똥녀’ ‘이대 현피녀’ 등 각종 ‘~녀’를 양산하던 남성 네티즌들을 상대로 ‘항문남’을 띄우기 위해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과 답글을 달고 각종 사이트에 사건 자료를 퍼 날랐다.

‘김항문’의 체포 영장이 발부되던 즈음에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후 이들은 현재도 친분을 나누며 온·오프에서 자매애를 나누고 있다. 사건 정리 자료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던 ‘시어리’(닉네임)씨는 이번 김항문 체포 보도를 접한 뒤 “옛날 사건 자료를 다시 찾아보니 그때의 충격과 분노가 살아나고 가해자가 응분의 처벌을 받게 돼서 너무 좋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최근 ‘김항문’ 체포와 함께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 “성폭력특별법 14조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한 데 크게 반발하며 제2라운드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선영이네’ 카페의 카페지기인 ‘바닐라’(닉네임)씨는 “당시 여성단체와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성폭법으로 고소했는데 왜 적용이 안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만간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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