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들어 올린 장미란
진정한 아름다움 일깨워

세계역도선수권대회 4연패의 주인공이 탄생하던 날. 킨텍스 역도경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대 소녀 팬들부터 주름 가득한 얼굴의 어르신들까지 3000여 명의 관중이 장미란에 환호했다.

인상에서는 1차 실패를 거쳐 은메달, 용상에서는 금메달, 합계 금메달 등 세 개의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선 장미란. 관중들은 애국가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날 경기장을 메운 사람들은  모두 장미란을 보러 왔다. 과도한 애정으로 선수의 집중력을 방해할 만큼 ‘대~한민국’을 외치거나 ‘파이팅’을 외쳐대는 10대 소녀들은 장미란 선수를 ‘Rose란’이라 부른다. 여자 헤라클레스, 국민 영웅, 세계 장사 등 장미란을 가리키는 호칭은 많지만 ‘장미’라는 호칭이 돋보인다.

꽃 중의 여왕인 장미는 여성미의 대명사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장미란은 여성다움의 고정관념을 단박에 무너뜨리고 새로운 여성미를 보여주었다. 115㎏ 장미란의 몸은 바벨을 들어올리기에 가장 적절하게 훈련되어 있으며, 군살 하나 없이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조화로운 모습이다. 거기에 겸손한 인품과 집중력이 더해져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그날 그녀는 정말 예뻤다. 사람의 몸은 균형미를 가질 때, 잘 훈련되어 있을 때, 또 최선을 다할 때, 한 가지에 몰두할 때 최고의 미를 발하는 것 같다. 용상에서 이미 금메달을 굳히고 나서도 자기 기록 경신을 위해 3차시기 도전에 나서 187㎏의 바벨을 깨끗하게 들어올렸다.

그의 지인들은 장미란이 그 나이에 기대하기 어려운 내면의 성숙함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국민적 영웅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아끼고 지켜봐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스타 선수란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

장미란의 또 다른 힘은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고 목표에 집중하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한국역도사상 처음으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MVP 격인 ‘베스트 리프터’(Best Lifter)라는 영예까지 차지한  장미란은 “다른 선수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목표만 보고 나가겠다”고 말한다.

현재의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의연한 장미란이 앞으로 체육계의 큰 멘토로 성장해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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