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들’
고현정 이미숙 윤여정 최지우 등 출연
“여배우한테는 아내 같은 남자가 필요해”

 

크리스마스이브, 패션지의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의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화보 촬영 때도 절대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한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깬 이례적인 시도. “기 센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상상만 해도 진짜 무섭다”는 패션 기자의 말처럼 도착하는 순서에서부터 의상 선택, 메이크업까지 각자 자신이 최고이길 바라는 여배우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렇게 술을 마시니까 쫓겨나지.”(최지우)

“내가 어떻게 사는지 봤어? 네가 뭘 알아?”(고현정)

밤샘 드라마 촬영으로 얼굴이 부어 촬영장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최지우가 가장 늦게 도착하자 “꼭 이럴 때 늦게 와야 지가 스타인 줄 알아!”라며 심사가 꼬인 고현정은 사사건건 최지우에게 시비를 건다. 급기야 대기실에는 살벌한 말들이 오가고 화가 난 최지우가 “미친년”이라고 내뱉으며 촬영장을 뛰쳐나가는 사건이 벌어진다.

전작 ‘정사’와 ‘스캔들’로 한국 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이재용 감독의 신작 ‘여배우들’(사진)은 여러모로 독특한 영화다. 특별한 줄거리도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이 여배우들의 대사만으로 100여 분의 상영 시간을 이끌어가는 영화는 ‘여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그들의 진짜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상형처럼 외로운 게 없는 거야. 대중의 기대치를 뭔지 모르고 맞춰야 해.”(이미숙)

“여배우한테는 아내 같은 남자가 필요해.”(고현정)

 

톡톡 튀는 분위기에서 시작한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며 그들의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선배들은 선배들대로, 한창 꽃피우는 20대 여배우들은 그들대로, 나이 차별, 이혼녀라는 ‘주홍글씨’,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 

“내게는 이혼이 주홍글씨야. 나는 차였는데 이혼의 원인이 내 결벽증 때문이라며 내 쪽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거야.”(윤여정)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도 이혼은 죄지은 것처럼 여겨져.”(고현정)

“나이는 누구든지 먹는 것인데 왜 배우가 먹는 나이는 평가받아야 하는 거지?”(이미숙)

“난 20대가 너무 아까워. 20대에 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김민희)

과거의 상처에서부터 스캔들까지 ‘자기 고백과 폭로’가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게 방송계의 현실인 요즘, 잘나가는 여배우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 영화는 얼핏 유행에 편승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와 연기, 진실과 설정이 팽팽하게 오가는 속에서 화려하게만 보이는 이들은 여배우 또한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여성일 뿐이고 그들의 고민도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감독 이재용, 주연 고현정·최지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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