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 쇼’가 남긴 것
‘오프라 윈프리 쇼’가 남긴 것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2.04 10:21
  • 수정 2009-12-0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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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상처 치유하는 ‘여성을 위한 방송’ 이끌어
‘북클럽’과 ‘기부 방송’ 통해 새로운 문화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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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웹사이트 www.oprah.com
‘토크쇼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 ABC TV의 ‘오프라 윈프리 쇼’가 2011년 9월 9일 막을 내린다. 오프라 윈프리는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진행된 방송 도중 쇼의 종영을 공식 발표했다. 1986년 첫 방송을 시작한 ‘오프라 윈프리 쇼’는 매일 미 전역 700만 명이 시청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45개국에 배급된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윈프리는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 기고한 은퇴 성명을 통해 “1986년 9월 8일 ‘오프라 윈프리 쇼’의 첫 전국 생방송에 들어갔을 때 흥분됐으며 긴장감에 넘쳤었다. 수많은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한 쇼는 내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됐다”며 “이 쇼는 내 인생이고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이제는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쇼에서 하차한 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케이블 방송 OWN(Oprah Winfrey Network)의 출범에 매진할 예정이다.

과거 아픔이 ‘공감’의 힘 발휘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동안 많은 화제를 낳으며 텔레비전 토크쇼의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 미국 흑인 중 최고의 자산 보유가,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등의 수식어만으로는 그의 영향력을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쇼는 전·현직 정치인과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사들의 출연으로도 유명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여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오프라 윈프리가 남긴 것을 되짚어본다.

프로그램의 시작 초기 어느 날  근친상간으로 학대받은 한 여성이 등장해 성폭행의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갑자기 눈물을 쏟기 시작한 윈프리는 “나도 성폭행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게스트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사생아로 태어나 9세 때 사촌에게 처음 성폭행을 당하고 삼촌에게 유린됐던 사춘기 등 자신의 성폭행 피해 경험을 고백하며 충격을 안겨준 그는 이날 사회자가 아닌 게스트의 일부가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한 가장 중요한 게스트들은 가정폭력과 성폭행, 근친상간 등으로 인해 상처받은 여성들이었다. 윈프리는 이러한 소재를 여타의 자극적인 쇼 프로그램처럼 눈요깃거리로 삼기보다 자신의 상처 또한 드러내면서 게스트의 상처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같은 경험을 가진 여성 시청자들에게까지 용기를 불어넣는 ‘방송의 치유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게스트들의 솔직한 자기고백은 일반인에 한정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 방송인 11월 24~25일, 미국 최고의 흑인 여가수 중 한 명인 휘트니 휴스턴은 쇼에 출연해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과 마약 중독 등 힘들었던 과거사를 털어놓았다. 그의 쇼는 오프라 윈프리 자신도, 유명 연예인들도 시청자들과 다르지 않은 한 명의 여성이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다이어트 체험도 쇼의 소재로

여성들의 삶에 있어 영원한 숙제 중 하나인 다이어트 또한 그의 쇼의 중요한 소재였다. 1988년 11월 오프라 윈프리는 30㎏의 쇠고기를 실은 수레를 끌고 무대에 나타나 자신의 체중감량 스토리를 고백했다.

100㎏에 가까운 거구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패션지의 표지모델이 되기까지, 그리고 다시 살이 찌기를 반복하며 몇 번이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그의 체중과의 전쟁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만으로 고통 받는 게스트가 쇼에 등장했을 때에는 그를 끌어안으며 “과거를 돌아보게 해주었다”고 격려했다. 다이어트를 둘러싼 그의 이야기는 그 또한 체중을 걱정하는 ‘일반적인 여성’과 다르지 않음을 부각시켰다.

문화권력으로 등장한 ‘북클럽’

1995년 윈프리는 한 달에 한 권씩 직접 선택한 책의 저자와 독자를 초대해 책에 대해 토론하는 ‘오프라의 북클럽’이라는 새로운 코너를 소개한다. 불행했던 삶에서 책 읽기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며 책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그가 선택한 책은 소개 즉시 베스트셀러가 보장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절판되었던 책이 북클럽에서의 소개를 계기로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도 하는 등 그의 쇼는 새로운 문화 권력으로 등장했다.

토니 모리슨과 같은 정통 문학가의 작품에서부터 남자들의 솔직한 심리를 이야기하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와 같은 가벼운 서적까지 그가 선택한 책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여성이 있었다. ‘북클럽’에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여성의 상처와 자기 치유의 과정, 혹은 삶에 대한 자기계발의 가르침이 들어 있었다.

이웃에 전하는 기부의 메시지

 

‘오프라 윈프리 쇼’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그의 웹사이트 ‘오프라닷컴’의 메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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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276명의 여성 방청객들은 그에게서 큰 선물을 받았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남편이 무사히 돌아온 뒤 아기를 갖게 된 예비 엄마들로 구성된 이날 방청객 전원에게 대당 2만8000달러 상당의 승용차를 선사한 것. 이날의 이벤트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2008년 3월에 시작한 새 프로그램 ‘오프라의 빅 기브’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또 하나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남을 가장 독창적으로 도와준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줍니다’라는 모토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미 전역에서 선발된 지원자들을 팀으로 구성, 제작진이 제공한 돈과 차량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네트워크와 아이디어를 동원해 각종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내용이다.  

‘에인절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사회복지재단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는 2006년 5830만 달러를 기부하며 미국 연예계 유명인사 중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연예인에 선정되는 등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선 인물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기부운동을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시키는 데 공헌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주역

지난해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그동안 선거에서 중립을 지켰던 오랜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힘으로써 그의 대통령 당선에 주역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 쇼는 전·현직 정치계 거물과의 인터뷰로도 유명하다.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등이 그의 쇼를 거쳐 갔다.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를 인터뷰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프라 윈프리의 영향력은 사회·문화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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