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작 722편 최대 규모…여성 비정규직, 성폭력 등 주제

올해로 35회째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SIFF)가 12월 10일부터 18일까지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다. ‘치고 달리기’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영화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722편이 출품됐다. 특히 장편으로 선정된 11편 중 4편이 여성을 주제로 다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를 역임한 황철민 감독의 작품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2009)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된 우수작이다. 여중생 시절 같은 꿈을 꾸며 자랐던 두 동창생이 대기업 비서,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만나며 겪게 되는 현실적 마찰을 냉철히 보여준다.

또한 올해 서울여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산여성영화제에 초청 받으며 그 진가를 발휘한 다큐멘터리 ‘외박’(감독 김미례, 2009)도 선정됐다. 2007년 홈에버 사건으로 기억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매장 점거 농성 510일의 현장을 생생히 담아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 바 있다.

올 한 해 최대 이슈였던 성폭행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관객을 찾는다. 제13회 인권영화제와 제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감독 조세영, 2009)가 바로 그것.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 만든 모임 ‘작은 말하기’에서 진행한 ‘성폭력 피해 드러내기’를 통해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노력하는 여성들의 용감함과 함께 그녀들이 안고 있던 상처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피프메세나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감독 권우정, 2009) 또한 주목할 만하다. 현재 농업 주종사자 중 53%에 육박하며 농업 생산의 주체로 우뚝 섰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권리와 지위를 얻지 못하는 여성 농민의 1년여에 걸친 행보를 기록했다.

한편 이외에도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감독 장건재, 2009),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한 ‘남매의 집’(감독 조성희, 2009),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수상한 ‘닿을 수 없는 곳’(감독 김재원, 2009) 등도 함께 상영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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