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이 신뢰감이 중요해
영어가 경쟁력 잣대는 아니다

오늘날 가장 빈번한 시대적 화두는 단연코 국가 경쟁력이다. 원래는 국가 간의 무역수지를 염두에 둔 수출경쟁력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으나, 점차로 그 적용 범위가 넓어져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친 발전의 경쟁력이란 개념으로 사용되곤 한다. 개인과 조직에도 경쟁력이란 말은 흔히 쓰인다. 세계화 시대에 개인이나 기업이 계속 존재하면서 발전하려면, 다른 사람이나 조직과 겨루어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고가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 이래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곧 그들의 발전전략의 표어처럼 사용되어 왔다. 물론 한국 사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가 경쟁력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경쟁력을 경쟁적으로 북돋우게 만드는 경쟁력 평가기관도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IMD’라는 곳이 유명한데, 여기서는 매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의 순위를 매긴다.

분야별로 다르긴 하지만, 한국은 최근 10여 년 이래 거의 꼴찌 수준에 가까운 30~40위에 머물곤 하는데, 그 순위가 조금만 바뀌어도 분야별로 희비가 교차한다. 낮은 국가경쟁력은 곧 발전 잠재력이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곧 국가의 위상 추락으로 연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온 일이 실로 다양하게 여럿 있지만, 교육 분야에서 추진해온 대표적인 일이 영어 경쟁력 높이기였다. 국민들의 영어실력이 국가경쟁력과 관련이 깊다는 인식 아래 대통령을 포함한 온 국가와 국민들이 거의 강박적으로 영어교육에 전념해왔다. 영어를 잘해야 경쟁력이 있고, 그렇지 못하면 세계화에 뒤진다는 논리다. 그래서 조기 유학도 붐을 탔다. 영어 하나라도 확실하게 가르쳐 두자라는 영어 경쟁력 셈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영어를 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국가경쟁력의 변수일까? 아시아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나라는 단연코 필리핀과 인도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 그러나 누구도 일본의 영어가 그 경쟁력의 숨은 공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필리핀과 일본에서 그 대답이 나온다. 국민들이 서로 얼마나 신뢰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두 나라는 크게 대비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일찍이 갈파했듯이 경제적 선진국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국민들 상호 간에 신뢰감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은 영어 경쟁력은 비록 낮을지라도 국민 간의 신뢰감 수준은 대단히 높다. 국민들의 영어실력과 그들 간의 신뢰 사이엔 아무 관련도 없다는 것을 실증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국민 간의 신뢰심은 왜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가? 어느 나라에서는 “누구든지 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가 풍미하는 데 반해,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다들 법 안 지키는데, 나만 공연히 법 지키느라 애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면, 과연 어느 나라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의의 경쟁이 더 활성화될 수 있겠는가? 신뢰는 공정한 경쟁의 바탕이고, 공정한 경쟁은 발전과 진보의 원동력이다. 이게 일본과 필리핀의 차이다.

그래서 우리가 키워야 할 우선적인 국가 경쟁력은 영어 경쟁력이 아니라, 국민 간의 신뢰감을 강화하는 것이고, 세계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신뢰감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국민 상호 간에 신뢰심을 강화하여 법 준수 의지를 높여서 사람들 간의 소모적 긴장 갈등 투쟁을 줄여가야 하고, 세계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고양시켜서 인적·경제적·문화적 교류의 빈도와 질적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그러면, 그런 신뢰감은 어떻게 강화되고 고양될 수 있는가? 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 등의 기초 덕목이 모든 대인관계 속에서 활성화되고 지켜질 때 신뢰감은 커지기 시작한다. ‘정·약·용·책·배·소’(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는 인간관계에서 아교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이 지켜지면, 원수 사이도 가까워지지만, 이것이 안 지켜지면, 부부, 형제자매, 사제, 친구 사이도 금이 간다. 그래서 도덕의 기초 덕목의 활성화가 국민 간의 신뢰심을 높이는 기본이고, 이 신뢰심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이며, 이 경쟁력이 우리 사회를 국제사회에서 돋보이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도덕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경쟁력을 낳는다. 이 평범한 논리가 바로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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