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술 녹화 테이프가 삭제돼 불필요한 재진술로 성폭력 피해 아동이 2차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진술녹화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

최영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여성위원회 위원은 12일 ‘아동성범죄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진술녹화제 개선 간담회’를 열어 ‘전문가 참여제’ ‘증거보전제’와 같은 진술 녹화의 전문성과 신빙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10여 년간 피해 아동을 상담·치료해온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조사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성폭력 피해 어린이의 진술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정상 아동 심리상담과 비정상 심리상태까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기존 임상심리 전문가, 소아정신과 전문의 중에서 전문가를 양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서 토론에 나선 이미경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진술 녹화 진행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현행 순환보직제도를 벗어나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녹화 진술을 10년 이상 전담할 인력이 성장할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검찰과 경찰, 재판부 내 인사제도 개선과 전문적 교육 투자를 요구했다.

이인석 판사는 선진국에서는 시행·정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명무실한 증거보전제를 대안책으로 제시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증거보전제는 경찰과 검사, 판결을 내릴 판사가 배석한 가운데 해당 전문가가 피해 아동의 진술을 확보해 단 1회의 진술로 증거 확보가 가능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증거보전 절차의 복잡성, 검·경찰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최영희 의원은 “오늘 나오는 질의와 제안에 대해 각 부처에서 답이 나와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며 증거보전제를 비롯해 아동성폭력전담검사제, 전담재판부제도와 같은 아동성폭력 담당자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줄 것을 부처 담당자들에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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