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경희대병원, 한국IBM, 유한킴벌리 등 모범사례

여성부가 12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30명이 참석하는 ‘중소기업 CEO 초청 포럼’을 개최하는 등 ‘퍼플칼라·퍼플잡’ 알리기에 본격 나섰다. 이날 행사는 퍼플칼라, 퍼플잡과 관련해 중소기업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중소기업 CEO의 의지와 결단의 필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퍼플칼라·퍼플잡’은 백희영 여성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공공연히 강조해 온 ‘백장관호’ 여성부의 주력 정책이다. 탄력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제도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이 정책은 사실상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여성부 측은 “‘퍼플칼라·퍼플잡’이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 정책적으로 발전·확산시키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며 정책 추진 의의를 밝혔다.

여성부는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경우 취업 시 ‘일·가정 양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일제 근무보다는 단시간근로, 재택근로,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한 근무 제도를 선호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정책의 추진 배경으로 설명한다. 실제 조사에서도 경력단절 여성은 취업 시 주5일·단시간(오전10시~오후4시) 근무를 선호하고 있으며(여성부, 2008), 여성 구직자 811명 중 46%가 여성친화 기업으로 탄력근무제 시행 기업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남부여성새로일하기센터, 2009).

‘퍼플칼라·퍼플잡’은 평등한 가족생활, 노동생활을 영위하는 근로자·일자리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되 직업의 안정성 및 커리어는 전일제(full-time) 근로자와 동일하게 유지되는 ‘정규직 근로자’라는 점에서 여성부는 “남녀가 함께하는 새 시대에 부합하는 근로자 분류기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퍼플잡’에 적합한 일자리로는 병원 의사·간호사 등 24시간 근무부서의 업무, 전일제 근무자 1명의 업무를 2명이 나눠 일할 수 있는 제조·유통·금융업, 번역·통역, 속기 등 전문적 지식·기술 활용 분야를 들 수 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는 지난달 15일 성명서를 통해 “출산·양육의 문제로 현장을 떠난 간호사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퍼플칼라’ 정책에 대해 환영과 기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IBM, 유한킴벌리, KB국민은행,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청주의료원, 부국산업, 삼성테스코 등에서 ‘퍼플잡’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병원의 경우 야간 전담자를 주 20시간 단시간 근로자로 채용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1주 20시간 근무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퍼플칼라’ 정책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곳도 있다. 지난 10월 28일 여성부 국감에서 박선영 의원(자유선진당)은 ‘퍼플칼라’ 직종은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에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주장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이 하위임을 감안할 때 과연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며 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퍼플칼라’ 정책은 ‘다듬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여성부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정책의 기본 계획을 확정짓고, 퍼플잡 적합 직종 발굴, 퍼플잡 확산 및 기업 지원시책 마련, 퍼플잡 남녀 근로자 활용 확산 등 제도 시행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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