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종족분쟁 희생자에서 국가 재건 주체로 일어서

법정 할당제를 시행하는 국가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세계 최고의 여성 의원 비율을 자랑하는 르완다다. 그러나 르완다의 여성들은 종족분쟁의 희생자였고 피해자였다. 종족 학살 시기에 약 25만 명의 여성들이 강간을 당했으며 강간이 고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여성들은 참혹한 종족분쟁 시기에 성폭력에 노출되었고, 남편과 자식을 잃었다. 이후 인구의 70%가 여성으로 구성되는 인구학적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르완다 여성들은 국가 재건의 주체로 일어서게 되었고, 자립이 요구되었다. 르완다 과도정부는 여성에게도 토지 소유권과 재산권을 허용하였고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성평등 체제 구축을 위해 지방 수준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1인 3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르완다가 세계 최고의 여성 의원 비율을 기록한 것은 2003년 개정된 헌법의 직접적 영향 때문이다. 2000년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 위한 12인의 헌법위원회 위원 중 3인을 여성으로 배정하였으며, 젠더 전문가로서 참여한 여성들은 새로운 헌법의 초안을 마련하는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헌법에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도록 했다.

헌법위원회가 채택한 ‘참여적 접근’은 여성과 여성단체의 광범위한 참여를 허용했다. 이에 여성삼각동맹과 같은 여성단체는 헌법 초안을 전국의 여성단체에 배부하면서 간담회, 회의 및 제안된 조항에 대한 연수 등을 개최하여 성인지적 헌법에 대한 대중의 의식을 제고했고, 여성의 의견을 모아 단일의 보고서를 헌법위원회에 제출하는 작업을 했다.

또한 르완다의 여성단체들은 새로운 헌법에 성평등의 가치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여성의원이나 여성관련 부처에 압력을 가하고 로비활동을 하는 등 헌법 개정작업에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정부조직에 있어서 여성의 대표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할당제를 제안하는 안을 헌법위원회에 제출했고, 그들이 제출한 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조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와 같은 여성조직의 움직임은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성인지적 헌법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정된 르완다 헌법은 제9조에서 여성과 남성의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적어도 30% 이상의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이러한 원칙은 헌법 제76조와 제82조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되었는데 특히 제76조의 경우 국회의석 배분을 매우 상세하게 규정함으로써 여성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사회적 조건이나 위치에 있는 개인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고자 했다. 제82조에서도 “상원의원은 8년 임기의 26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최소한 30%는 여성으로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르완다의 사례는 성인지적 헌법이 성평등과 성별 균형을 이루는 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여성의 정치영역에서의 대표성 확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여성할당제의 주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영역에서의 과소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방안으로서 르완다의 성인지적 헌법이 대두되는 것이다. 르완다의 성인지적 헌법은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해 할당제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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