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난이도는 어려운 지문이 4개 정도 있었고 한국말로 해석이 완벽하게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정답을 낼 수 있는 수준이었으므로 문법이나 구문 분석력이 약한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실제의 문제 수준보다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시험이었다.

지문별 분석에선 18번부터 20번까지는 쉽게 정답을 낼 수 있는 문제들이므로 특별한 분석이 필요치 않다. 이후 문제들은 다소 평범한 문법 문제들이었다.

가령, 21번 문법문제는 우선 수동태에 대한 이해를 묻고 있다. ‘encourage’라는 동사는 타동사로서 목적어를 명사로 가지며 ‘격려하다, 용기를 주다, 진작시키다, 북돋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child-rearing advice has encouraged/ has been encouraged the nighttime separation of baby from parent”라는 문장에서 주어는 ‘child-rearing advice’이고 목적어가 ‘the separation of baby’ 이하이므로 동사는 수동태가 걸릴 수 없다. ‘I love you’인지 ‘I am loved you’인지를 구별하는 능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4번부터는 4개의 빈칸 채우기 문제가 나왔는데 수험생들이 항상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이 중 26번, 27번, 28번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세 문제 모두 전문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지문을 실었고,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도 정답을 추론하기가 쉽지 않아 수험생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대목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27번의 경우 인간의 청각이 잡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감각적 완벽 구도를 실현한다는 내용은 번역이 되어서도 상당히 어려웠고, 28번 또한 연극 속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경계하는 방식에 대한 주장이어서 어려웠다.

수능시험에서 영어는 매우 특이한 과목이다. 독해에서 시험 범위가 없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정해진 교과서에서 지문이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독해의 내용이 역사, 지리, 과학, 예술 등 매우 광범위하므로 어떤 과목보다 예비지식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평소에 많은 글을 읽어 두어야 하는데 문학작품보다는 사상서나 과학서, 역사서 등을 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예비지식이 있어도 글을 구성하는 원리를 알지 못하면 잘못된 정보를 얻거나 정보의 혼돈 속에서 헤매게 된다. 그러므로 문법과 글의 구조에 대한 탄탄한 지식이 필요하다. 문법과 구문 구조는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덧붙여서 어휘 또한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동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동사는 자신의 뒤 구조를 모두 담당하는 요소이므로 명사 10개에 대한 지식보다도 자주 사용되는 동사 1개의 형식구조적 지식이 훨씬 중요하다.

듣기는 미국영어 발음을 위주로 매일 듣되 들었던 내용을 다시 듣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새로운 듣기 지문을 듣는 것보다 들었던 것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발음 구조를 두뇌에 익숙하게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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