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고정희상 수상자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제5회 고정희상 수상자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 조승미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1.20 12:13
  • 수정 2009-11-20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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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열망이 날 이끌었다"

 

여성주의 대안문화단체 ㈔또 하나의 문화(이하 또문)에서 선정하는 2009년 제5회 고정희상 수상자로 지난 24년간 여성주의 문화운동에 힘써온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이 선정됐다. 고정희상은 1세대 여성주의 시인이자 여성운동가,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인 고 정희(高靜熙 1948~1991년)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여성문화 활동을 통해 여성문제인식제고와 여성주의 실현에 기여한 여성을 선정해왔다.

이혜경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수상 소감은.

“고맙다. 고정희 시인은 생전 기상이 푸릇푸릇한 분이셨다.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여성문제에 대해 열정적이셨던 분을 기리는 상을, 게다가 함께 여성문화예술 활동의 길을 걸어온 또문에서 뜻 깊은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고 여성이 가진 사회적 조건에 대해 생각했다. 유학에서 돌아와 문화예술인들과 만나면서 ‘여성의 문화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에너지가 가득했던 것 같다. 민주화운동 세대들을 중심으로 1980년 말과 90년 초에는 속속들이 단체가 생겨났는데, 여성운동 분위기도 대단했다. 함께 힘을 내던 그런 시대였다.”



-1990년대에 연극 ‘자기만의 방’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요네즈’ 등을 기획·제작하는 등 우리 문화에 신선한 여성주의 바람을 불어 넣었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여성주의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힘써왔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이 나 개인의 것은 아니다. 여성관객, 여성학자, 운동가와 함께 성장해 왔다. 연극 ‘자기만의 방’ 초연이 1992년 11월이었는데, 3일째 공연 날부터 전석이 매진되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울고 웃고, 토로하고, 싸우던 것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참 가슴이 벅찼다. 톡 건드리면, 탁 터질 것 같았다. 고정희 시인의 시처럼 여성주의 문화에 꼭 ‘봇물이 터지는 것’ 같았다. 깊은 열망도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힘의 원천이 됐다.”



-여성주의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여성은 오랫동안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기가 힘들었다. 가령 노래하고 춤을 추면 남자를 즐겁게 할 ‘기생’이라 했다. 그게 공식적인 영역에서의 여성의 위치였다. 여성의 언어로 여성이 보는 세상, 여성이 ‘아!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며 함께 소통하는 세상을 보이게끔 하고 싶었다.”



-힘들고 막막할 때도 많았을 텐데.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민간영화제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좌석 점유율도 1위지만, 매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치가 있다. 어떤 관객이 ‘1년간 생활해 나갈 정신적 양식을 얻는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이 맘과 몸에 와 닿았다. 혼자 좌절하다가도 누군가 뛰어난 여성주의 창작물을 들고 또 나오면, ‘야~센데? 내공이 상당한데’ 되뇌곤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건강을 챙기면서, 연출도 하고 기획도 하고 글도 쓰고 싶다.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과 함께 ‘아시아 여성영화 네트워크’도 만들어갈 생각이다. 여성영화제에 관객들이 직접 투자하는 등 합리적인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이혜경(57) 이사장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수학한 뒤, 한국여성민우회 문화기획실장(1986~1989년), 북경세계여성대회 NGO포럼 한국문화분과 대표(1995년), 문화부 문화정책 자문위원(1998년), 여성사 전시관 자문위원(2003~2005년), 세계여성학대회 문화위원장(2004~2005년)을 거쳐 현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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