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후기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신문의 명예기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국제결혼 선배로서 이주 여성들의 생각과 고민을 대신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힘들게 보낸 첫 기사가 드디어, 그것도 기사 두 개가 한꺼번에 실렸다. 전국에서 본다는 사실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기뻤다.

기분이 좋았던 일은 기사가 실릴 때마다 다른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인터뷰해 달라고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쓸수록 고민이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책임 있는 일이기에 정확성 있는 기사를 쓰려고 더욱 신중해지고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소식인지 한 번 더 생각했다.

직업병까지 생겼다. 동네에 작은 잔치가 벌어져도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놓고 오는 날이면 후회가 앞섰다. 기사거리를 찾고 나서 수백 번 고쳐 쓰다 보니까 몇 년 동안 미뤘던 한글 공부가 더 되는 것 같았다. 글 쓰는 데 열중하다 보니까 한국어 실력이 늘어 글쓰기 공모전에서 1등을 했다. 물론 예전에도 많이 상을 타봤지만 기자생활을 하면서 글 쓰는 실력이 많이 성숙해졌다.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이라 하면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명예기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달라졌다. 말 그대로 명예로운 사람으로 보는 듯했다. 정말 기자가 된 것처럼 뿌듯했다. 남편까지 우리 아내가 명예기자라고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명예기자라고 하면 다른 이주 여성들도 많이 부러워했고, 내가 마치 신문사 편집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려운 다문화 가정을 도와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난감했어도 기분은 좋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명예기자들이 전국에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생길 때도 많았다.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어떤 일이든 자신감을 갖고 노력만 하면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열심히 살 것이다. 기자 일을 하면서 이주 여성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한국에 아직도 생소한 나라인 나의 고향 키르기스스탄과 우리 고장 진안군을 알릴 수 있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나에게 ‘드림 인 코리아’와의 만남은 큰 행운이었고, 짧은 인연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2009년은 ‘드림 인 코리아라는 소중한 인연을 가진 해’로 오랫동안 기억 속에 간직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신 낼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이주 여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행복해질 때까지 21세기여성미디어네트워크와 여성부, 여성신문은 힘차게 달릴 것이라 믿고, 늘 옆에서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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