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여성 외모 비하 발언과 다를 게 뭐 있나
남자들의 여성 외모 비하 발언과 다를 게 뭐 있나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11.20 11:13
  • 수정 2009-11-2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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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제작진 교체…38억2천만원 등 손해배상청구 쇄도
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 키 180cm 이상 돼야" 1.1%에 불과
지난 9일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 looser)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 주가 지나도록 ‘루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은 루저의 기준을 ‘깔창 빼고 키 180㎝ 이하인 남성’이라고 딱 잘라 말함으로써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셈이 됐다.

인터넷에는 남성 누리꾼들의 감정적인 댓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된장녀, 개똥녀 등의 원색적 비난이 난무하고, “키는 선택사항이 아니잖아, 이 골빈 여자야!”라는 호통이 떨어졌다. “방송에 대고 대한민국 남자들 70~80%를 바보 취급하는데 가만있으면 안 되지”라며, 질세라 “44사이즈 안 입는 여자들은 루저, 허리 25인치 넘어가는 여자들은 뚱녀, 160㎝ 안 되는 여자는 호빗”이라고 맞받는 이도 있었다.

또 “키 작다고 루저라는 말은 용서 못한다. 남자에게 인생 패배자니 낙오자니 하는 말이 얼마나 충격적인 말인지 아나”라고 분해하면서 “적어도 신체의 결함으로 남을 놀리는 짓은 피해야 하는 거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 누리꾼은 “힐 신고 남자가 자기보다 커야 한다고 힐의 굽마저 신체의 일부인 줄 착각하면서, 왜 남자는 깔창 빼고 180㎝ 이상이어야 하나?”라고 어처구니없어 하기도 했다.

특히 또 다른 여대생 출연자가 과거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때리는 남자보다도 키 작은 남자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더 많았다”고 덧붙인 것을 두고 남성 누리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후ㄷㄷㄷ-”라는 표현으로 뒤틀린 심사를 드러내며, 여성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냄으로써, 방송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전체 여성의 의견인 양 흥분했다.

반면, 많은 여성 누리꾼들은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그간 쌓였던 속내를 드러냈다. “남자들이 여자들 몸매나 얼굴 따지는 거와 비례한 듯 싶네요~”라고 웃어넘기거나 “그동안 한국 남자들이 ‘과거 있는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하고 얼굴 못생긴 여자는 용서 못 한다’는 등 여성들한테 루저보다 훨씬 더한 말 많이 하지 않았나”라고 거들었다.

KBS는 13일 “루저 발언과 관련해 ‘미수다’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아 “루저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한 남성이 1000만원 배상 청구를 하는 등 언론중재위원회에는 17일 현재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38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조정 신청이 78건이나 접수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 말 한마디에 1000만원어치 상처를 입다니, 이런 유리가슴을 봤나”라는 등의 반대 글이 달렸다.

한편, 싱글 커뮤니티 ‘프렌밀리’는 12일 20~39세의 미혼 남녀 13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여자가 허용 가능한 남자의 최소 키는 몇 ㎝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80㎝ 이상이어야 한다’고 답한 여성은 1.1%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많은 누리꾼들은 “방송에 출연했던 여대생의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이번 루저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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