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의 ‘역지사지’배려 절실

자연유산의 80%는 초기 임신인 12주 안에 발생한다. 임신에 있어 초기 임신기의 건강상태는 그만큼 중요하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과 구토가 심하여 사회적 활동을 못 하고 입원을 요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입덧이 없는 경우에도 극심한 피로감과 소화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초기 임신부에 대한 배려와 조치는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매우 미흡한 지경이다. 일단 출산을 선택한 여성들이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면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작 초기 임신부에 대한 배려 조치는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임신부 배려 캠페인도 3~4년 전부터 민간 주도로 대중교통 등에서 초기 임신부임을 알리는 배지를 만들어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등의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성계 일각에서는 배지 등의 제작과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이 ‘저출산이 곧 위기라는 저출산 위기론으로부터 시작된 거 아니냐’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고 저출산 대책의 방편으로 초기 임신부 배려 등의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한편으론 여성의 출산하지 않을 권리를 배제하는 측면이 있어 한마디로 ‘출산 유도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것.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관하여 벌인 임신부 배려 캠페인에서도 임신부를 배려하자는 지하철 광고, 임신부 배려 UCC 제작, 초기 임신부임을 알리는 가방 고리 등을 제작, 배포하는 등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이와 함께 가족생활에서의 배려와 육아휴직 등의 직장문화에 대한 부분을 넣어 포스터도 제작했다. 임신한 아내와 아이에게 대화하며 집안일을 나누어 하는 아빠, 임신한 며느리에게 사랑과 격려를 보내는 시부모, 임신부 옆에서 조용히 할 것, 직장에서 임신부에게 무리한 근무와 스트레스는 금물이며 산전 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필수라는 점 등을 환기 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러한 것도 캠페인에 그친다는 점.

임신 10주 된 직장여성 윤정은(32)씨는 “초기 임신부라 피로감도 자주 느끼고 대중교통에서 앉아 가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입덧이 심해 직장을 하루 쉬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신한 아내를 둔 한 네티즌은 “임신부가 아닌 사람들에게 임신부와 초기 임신부를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자”며 “임신부가 아닌 사람들이 ‘임신부 배려’ 배지를 다는 것과 같은 발상전환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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