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만 527만t 버려…경제적 손실 15조원 넘어

주부 팽경신(46·서울 마장동)씨는 요즘 식사를 준비할 때 딱 한 번 먹을 만큼만 준비하고 조리 과정도 줄여서 재료 고유의 맛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자연히 음식쓰레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팽씨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성동구에서 마련한 ‘딱! 먹을 만큼만’ 주부실천단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음식문화 개선 교육을 받은 후 확실히 식습관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국이나 반찬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서 며칠 뒤에는 꼭 버려야 했는데, 지금은 한 끼 먹을 분량만 만들면서 음식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아요.”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베테랑으로 식생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던 팽씨조차도 주부실천단 활동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음식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지’ ‘주부의 작은 습관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등 깨달은 바가 많단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음식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본격적인 음식문화 개선 운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성동구는 지난해부터 음식문화 개선 운동인 ‘딱! 먹을 만큼만’을 활발하게 펼쳐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역 내 알뜰주부 34명을 ‘음식문화 개선 주부 실천단’으로 선정해 가정에서부터 음식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낭비로 발생하는 쓰레기양이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527만t으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5조원을 넘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만도 약 6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과다한 음식 쓰레기의 배출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환경적 손실까지 가져온다. 음식물 쓰레기는 80% 이상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음식쓰레기 발생 및 수집·운반·처리과정에서 악취, 침출수로 인한 토양·지하수 오염 등의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연간 승용차 62만 대에 해당하는 178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더욱이 식량의 70%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음식을 남기는 것은 곧 식량자원을 버리는 일이다.

많은 주부들이 음식을 가족 수만큼만 준비하면 보기에 맛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과 많이 준비해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을 경제적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 아침에 두부 한 모를 다 넣고 끓인 된장찌개와 반찬통 하나 가득 들어 있는 나물무침을 다음날 저녁까지 맛있게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통 여러 번 데운 국과 냉장고에 여러 번 들락거린 밑반찬들은 질리기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남은 음식들이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많은 양을 만들어 나중에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선 음식이 남더라도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야만 대접을 잘 받은 것으로 여기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음식을 모두 미리 만들어두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바로 만들어 먹고 계획적인 식단에 따라 알맞은 양을 구매하고, 남는 음식은 새로운 요리에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다시 말해 먹을 만큼 만들어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런 건전한 식문화를 실천해 비용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량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점에서의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정책이 필요하다. 캠페인으로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적극 노력하는 우수 음식점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거나 밑반찬 품목별 별도요금제를 시도해보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또 식품업계에서도 3, 4인분씩 포장해 파는 게 보통인 반찬, 과일, 야채 등의 식품을 한 사람이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만큼만 포장해 판매하는 ‘1인분 마케팅’을 적극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도 쓰레기를 마구 만들어내는 음식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정부 당국의 다양한 캠페인, 정책과 함께 우리 스스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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