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 위해 낙태권 ‘희생’하는 ‘스투팍 수정안’선택해
여성계 "여성의 재생산권 획득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

 

하원의 건강보험개혁안 통과가 이뤄진 다음날인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출처: 백악관 웹사이트)
하원의 건강보험개혁안 통과가 이뤄진 다음날인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출처: 백악관 웹사이트)
미 연방 하원이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역사적인 건강보험개혁안(Affordable Health Care Act, 법안번호 3962)을 찬성 220표, 반대 215표의 근소한 차이로 통과시켰다. 건강보험 개혁안은 미국 여성계에서 줄기차게 지지운동을 벌여왔던 법안. 이로써 건강보험 가입자의 수가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특히 여성과 저소득층, 성소수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상의 차별이 감소되고 혜택이 크게 확대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법안 통과 뒤 “하원의 이번 의결은 1935년 사회보장연금 입법안 통과와 1965년의 노인건강보험(메디케어) 및 빈민·심신장애인 건강보험(메디케이드) 통과와 맞먹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에서 여성의 낙태권이 민주-공화당 간 흥정의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낙태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하는 수정조항이 함께 통과되어 여성계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건강보험개혁안 내용에 여성·소외계층 위한 조항 다수

현재 미국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84%로 전 국민의 16%인 4800여만 명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제도를 가지고 있어 국민의 대부분이 저렴한 비용의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개혁안은 2019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자 수를 3600만 명 늘려 가입률 96%를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과 대기업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하지 않는 기업과 개인에게 벌금을 물리게 된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할 예정.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미국 여성계가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온 이유는 현 건강보험제도가 가진 성별격차 조항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가 현 건강보험제도 하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높은 보험금을 부담하고 있어 이중의 차별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은 지난 9월 건강보험개혁안을 지지하는 한 연설에서 “같은 혜택을 받는 보험에서 25세의 여성은 같은 나이의 남성에 비해 보험금을 45% 더 부담하고 있으며 그 차이는 40세가 되면 48%로 늘어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개혁안에는 건강보험료의 성별격차를 삭제한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LGBT people)들에게 필요한 의료사항이 포함된 점도 주목할 만한 조항. 동거 중인 파트너에 대한 차별적인 과세조항도 제거됐다.

그 외에도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신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의료보조제도를 연방 기준 저소득층 150%에 해당하는 개인까지 확대했으며 노인건강보험제도 상에서 처방약의 보험 적용의 공백을 없앴다. 또한 예방 의료의 무료 지원, 환자에 대한 보험 혜택 축소나 상한선 규정도 폐지하도록 했다.

"수백만 여성들 낙태보험 상실" 건강보험개혁안 최종통과 저지

건강보험개혁안의 통과가 이뤄진 이날 하원에서는 또 하나의 법안 표결이 진행됐다. ‘스투팍 수정안’(Stupak amendment)이라 불린 ‘낙태행위에 대한 세금 지원 규제 법안’이 그것. 바트 스투팍(민주당) 의원과 조 피츠(공화당)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찬성 240표 대 반대 194표로 이날 하원을 통과했다.

스투팍 수정안은 여성의 낙태 시술에 대한 보험 혜택을 공공보험과 민간보험 모두에서 금지한 법안이다. 낙태에 대한 연방예산 지원 금지를 표명한 이전의  ‘하이드 수정안’을 따르고 있는 이 법안은 여성이 개인 돈으로 낙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에도 보험혜택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하이드 수정안’을 능가하는 ‘반낙태 법안’이라는 평가다.

여성계는 건강보험개혁안의 통과를 위해 스투팍 수정안이 흥정 수단이 된 것에 분노를 표했다. 실제로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안 조지프 카오 의원은 표결에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전화를 걸어 낙태를 제한하는 이 조항이 법안에 포함되면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민주당 지도부는 표결 전날 밤 민주당원들이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유도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공화당이 지지하는 반낙태 법안에 민주당 의원 64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이는 건강보험개혁안의 통과로 이어졌다.

여성단체 FMF(feminist majority foundation)의 엘레노어 스밀 회장은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수백만의 저소득층 여성들이 낙태의 보험 적용을 거부당하게 됐고, 또 다른 수백만의 여성들은 현재 85%의 민간보험이 채택하고 있는 낙태의 보험 적용을 잃게 됐다. 낙태에 대한 중립적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스투팍 수정안은 여성에게 있어 엄청난 후퇴를 가져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민주당은 가톨릭 교회세력의 장단에 춤추고 있다”면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제한하는 모든 종류의 법안을 중지시켜야 한다. 젊은 여성들의 인생이 정치의 축구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인 건강보험개혁안은 ‘낙태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삶, 이제부터라도 ‘낙태 정치’에서 자유로워져야

여성계와 함께 여성의 낙태권을 주장해온 의회 세력들은 반대로 건강보험법 최종 통과 저지를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의회 낙태 찬성 모임 공동의장인 다이애나 드게트 하원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하원의원 40명에게서 스투팍 수정안이 건강보험개혁안에서 분리되지 않는 한 법안의 최종 통과에 반대할 것이라는 동의를 받아냈다”면서 스투팍 수정안의 기각을 위해 싸우겠다“고 표명했다. 또한 미국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도 스투팍 수정안이 기각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개혁안의 최종 통과에 반대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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