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외국인 백만 시대, 사회·제도적 배려 절실
재한 외국인 백만 시대, 사회·제도적 배려 절실
  • 김옥화 명예기자(중국) 서울 서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
  • 승인 2009.11.13 10:18
  • 수정 2009-11-13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그램 많지만 실질적 도움은 부족
까다로운 국적취득 제도도 개선해야
한국은 외국인 백만 시대를 맞이했다. 그 중 결혼 이주민이 15만 명을 넘게 차지한다.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1%를 차지하는 반면 이혼율도 9.7%에 달한다. 이혼 원인 중 절반 가까이가 가정폭력, 상습 구타라고 한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때문에 정부와 NGO에서 해결책을 연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가정에는 참 많은 도움이 되고 격려가 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전혀 안 된다. 작년 추석쯤에 어느 다문화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온 지 10개월 된 중국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남편이 매일 술을 먹고 때리는데도 중매비가 빚으로 남아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참고 살다가 애라도 생기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남편에게 아이를 갖자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임신을 하면 이혼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남편은 재혼이고 14살 아들이 있었다.

또 결혼 전에는 남편이 중매비를 갚아준다고 약속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모두 없던 일처럼 행동하고 아내에게 용돈마저 주지 않았다. 남편은 중국에서 어쩌면 평생을 갚아야 할지도 모르는 그 빚을 아내가 직접 갚기 위해 일을 하겠다는 요구도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들은 그 여성을 가정부 취급 했다. 시어머니도 한국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툭하면 무릎을 꿇으라고 하고 야단치기 일쑤였다.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고 이웃 사람 말이 도망갔다고 했다. 그 중국 여성은 이주 여성에 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실질적인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기 권리를 찾지도 못한 채 불법체류자가 됐다.

요즘은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많고 정보도 많아서 대부분의 이주 여성들이 가정이나 사회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온 사람들에게는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결혼이주 여성이 등록이 되면 가장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주어야 한다.

또 국제결혼으로 혼인신고를 한 가정에 대해 이주 여성의 입국 날짜를 파악하고 한글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한글 교육도 단순한 한글을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나누는 상담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전에 이루어지는 교육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출을 하거나 본인에게 불이익이 되는 일은 하지 말라는 등의 지식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주 여성들은 보통 어려움이 있어도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최악의 상황이 돼서야 급한 마음에 아무에게나 얘기하지만 정확한 도움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때문에 담당자나 상담원이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고 필요한 대화를 나누면 더 좋을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말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가끔은 일대일로 대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이주여성이 약자라고 해서 그 입장만 고려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가정의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게도 외국인 아내 또는 외국인 며느리와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을 때 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의사소통이 안 될 때는 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커지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일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귀화가 안 된 이주 여성은 자녀에 대한 친권자 권리가 없다. 친엄마임에도 친권자로 인정되지 않아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떼거나 기타 업무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요즘에는 국적 취득을 하지 않고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영주권만 있어도 본인의  한국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단지 이 이유만으로 귀화를 해야 하는지, 또 귀화를 한다고 해도 한국에 입국해 최소 4년 정도 있어야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그럼 이 4년 동안은 엄마가 아닌 위탁모로 살아야 하는가? 물론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이런 법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살고 있는지 위장결혼인지를 4년씩이나 걸려야 판단할 수 있다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귀화 신청 시 과거에 법적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으면 귀화 신청이 허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평생 친권자 권리를 박탈하는 셈이다. 만약 한국인이라면 전과가 있다고 결혼을 못하게 하거나 엄마가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결혼비자가 나올 확률도 낮다고 들었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