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마련 시급…국가보상책임 논의
의료분쟁조정법 마련 시급…국가보상책임 논의
  • 김민정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1.06 10:54
  • 수정 2009-11-0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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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가명)씨는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상태가 좋지 않아 제왕절개를 했으나 의사의 판단이 늦어 심한 출혈로 결국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김은정(가명)씨의 경우, 분만 중 아이가 자궁에 눌려 심각한 뇌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이렇듯 임신부와 아기에게 중대한 피해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분만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서는 임신부에게 사전에 출산 과정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고, 의사에게는 세심한 주의와 책임을 부과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실제로 다른 의료사고와 마찬가지로 분만 사고와 관련해서도 의료소송 대처와 피해자 구제에 더 초점이 맞춰져서 논의가 진행돼 왔다. 특히 분만 사고는 소송이 진행될 경우 손해배상금액이 대단히 높게 산정되기 때문에, 임신부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국감에서는 이러한 분만 사고의 위험 부담으로 “일선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전현희 의원(민주당)의 지적도 있었다.

분만사고 소송의 핵심은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의료사고에 있어 의사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의료 지식이 부족한 임신부 측에 입증 책임을 부담지운다면 결과적으로 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서울고법에서는 분만 중 의료사고에서 환자 측의 입증 책임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는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출산 도중 발생한 태아저산소증에 대한 응급처치가 늦어져 태아가 뇌성마비에 이르게 된 사건과 관련, 재판부는 신생아의 현재 뇌성마비가 과연 분만 시의 저산소증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미국 산부인과학회 및 미국 소아과학회의 새로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병원에 40%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의료분쟁조정법 마련이 급선무다. 현재 국회에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민주당 최영희, 박은수 의원의 의료분쟁 조정 관련 법안이 각각 제출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환자와 의사가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분배하도록 한 심 의원의 법안과 달리 최 의원과 박 의원의 안은 의사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심 의원과 최 의원의 법안에서는 분만 시 사고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원인불명,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최대 5000만원 한도에서 보상책임을 지도록 ‘의료사고보상기금 마련’ 조항을 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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