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고효율 냉장고 개발에 정부 적극 지원해야

부천에 사는 주부 이인혜(29)씨는 지난해 말 결혼할 때 조금 더 큰 냉장고를 사지 않은 것이 자못 아쉽다. 신혼부부 둘만 사는 집이라서 571ℓ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했는데 사용하고 보니 김치, 과일, 냉동식품만 넣는데도 저장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김치냉장고 구입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먹지도 않는데 냉장고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음식들, ‘언젠가는 먹으리라’ 다짐하며 냉장고 안쪽에 넣어두지만 냉장고에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는 경우가 허다하다. 큰 냉장고를 구입해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구입한 뒤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 두기 때문이다.

최근 가전제품의 크기는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까지 가장 많이 팔리던 TV 크기는 32인치였지만 지금은 40인치대급 제품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냉장고는 양문형 냉장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력 제품의 크기도 600ℓ대에서 700ℓ대로 점차 커지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가정에서는 김치냉장고, 냉동고, 와인셀러 등 이른바 ‘세컨드 냉장고’까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냉장고의 적절한 규모는 가족 1인당 40~50ℓ가 적당하다. 4인 가족이면 200ℓ 냉장고를 가지고도 충분하다는 것.

경기도 파주에서 ‘여기에서 커필 마셔요’라는 커피가게를 운영하는 김윤미(29)씨의 237ℓ 냉장고는 항상 60% 정도 비어 있다. 특히 냉동고에 있는 것은 얼음이 전부. 김윤미씨는 “냉장고에 저장해두지 않고 필요한 양만큼만 구입해 쓰면 굳이 큰 냉장고가 필요없다”며 “냉장고 정리만으로도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는 365일 내내 돌아가는 제품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전기가 소비된다. 냉장고가 대형화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높으면 그만큼 전력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2009년 9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용량 냉장고의 효율은 대부분 1등급 또는 2등급이지만, 저용량 냉장고는 4~5등급으로 효율이 낮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장고는 3등급에 비해 23%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용량이면서 에너지효율이 높은 냉장고가 시장에 나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부 당국도 이를 위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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