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레이철 카슨, 해리엇 스토를 가능케 한 ‘마음의 습관’

미국은 분명 세계 제1의 강대국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은 물론이고 과학, 문화, 예술에서도 최고의 강대국이다. 매년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 중에도 미국인이 항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미국은 향후에도 한동안 강대국의 자리를 놓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매년 새롭게 등록되는 특허상품이나 지식과 아이디어의 특허에서도 미국 것이 항상 압도적으로 많아서, 상품과 지식의 생산과 소비의 중심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국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미국은 현재도 최고 강국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최고 강국으로 존재할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는 그런 외양적 지표에 있지 않다. 외양적 지표는 부침이 심하고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가 대단한 것 같지만, 자그마하게 시작된 몇몇 회사의 금융위기로 미국 전체의 경제가 휘청거리기 일쑤이며,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9·11 테러에서 보듯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으며, 재래식 무기로 버티는 가난한 아프간의 민병대를 어쩌지 못해 허둥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놓이곤 하기 때문이다. 최고 강대국이면서도 어쩌지 못해 허둥대고 허술해 보이는 측면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외적인 지표만을 가지고 미국을 보면 강대국의 위상이 불안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를 성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성과를 이룩한 ‘마음의 습관’에 더 주목해야 한다. 경제, 군사, 과학, 문화, 예술 분야의 성과는 좋고 훌륭한 마음의 습관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가 최고 강대국의 성과를 이룬 바탕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마음의 습관이 있었던 까닭이다. 따라서 현재의 사회적 성과가 조금 미흡하거나 불안해 보여도 좋은 마음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한, 그 성과의 수준은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고 유지 시켜가는 그들의 마음의 습관이란 무엇인가. 흑인이라는 결정적 핸디캡을 가진 오바마를 그들의 대통령으로 선출해 내는 저력이 바로 마음의 습관이다. 링컨에 의해 흑인노예제 폐지가 선언된 지 147년 만에, 흑인 선거권의 쟁취를 외치다 루터 킹 목사가 암살까지 당한 지 42년 만에, 미국 국민들은 흑인과 백인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고, 단지 유능하다는 이유 하나로 오바마를 그들의 대통령으로 과감하게 선택했다. 마음의 습관의 저력을 엿보게 하는 쾌거였다.

미국이 경제적 이득에만 올인하는 위험한 자본주의 사회로 보이기도 하고 할리우드식의 저급한 문화를 확산시키는 진원지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병폐와 위험을 가장 신랄하게 꼬집고 서둘러 대안을 제시하는 용기 있는 지성을 배출하고, 수용하고, 지지해 주는 저력이 바로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습관이다.

미국의 한 가냘픈 여성 과학자이자 문필가인 레이철 카슨을 보라. 그녀는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써서 살충제로 병들어가는 지구의 처참한 모습을 전 세계인의 안전(眼前)에 펼쳐 놓았다. 환경운동의 선구자가 된 것이다. 설사 손해가 있고 마음이 안 내키더라도, 옳고 바른 소리이며 정의로운 진실이라면, 기꺼이 수용하고 지지를 아끼지 않는 마음의 습관이 레이철 카슨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제1, 제2의 레이철 카슨을 얼마든지 가능하게 하는 마음의 습관이 미국에 있다.

1850년대 미국은 흑인노예를 활용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챙기던 시기였다. 세계적인 면화 수요의 급등으로 면화 재배 농장이 엄청난 활황을 맞았고, 그 덕분에 미국 경제도 함께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활황의 이면에는 흑인 노예들의 비참함이 웅크리고 있었는데, 이를 마음 아파한 초등학교 여교사 해리엇 스토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이라는 감동적인 소설을 쓴다. 그녀는 흑인노예제로 이득을 보는 백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노예제의 유지와 수호를 위한 단체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노예폐지론자에게 소총을 배달시켜 위협을 가하기도 한 과격한 노예제 지지자였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력 하에서도 아버지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자신의 신념을 키우고, 고집하고, 그 신념의 실현을 위해 올인하는 스토를 가능하게 한 것은 미국 사회에 이미 풍미해 있던 마음의 습관 때문이다. 어떤 압력, 설사 그것이 삼강오륜의 짙은 무게로 가해져 오는 압력이라 하더라도, 내치고 거부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마음의 습관이 스토로 하여금 흑인노예 해방의 불을 지핀 그런 소설을 쓰도록 한 것이다.

이런 마음의 습관이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또 유지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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