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 중심" vs "젠더 전문성" 논쟁
상호 이해·수용에서 접근해야 공존 가능

최근 여성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업무에 대한 여성부 이관과 관련하여 이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많은 견해가 있지만 그 핵심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이제는 이념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좀 더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성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과, 다른 하나는 ‘여전히 젠더 관계를 도외시한 여성정책은 존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이는 표면적으로 상호 대립된 것처럼 보인다.

전자의 견해는 과거 공공정책의 장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여성 지위에 대한 문제제기와 정책대안들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표출된 방법론적 급격성과 이에 따르는 피로감을 지적하는 것이거나, 이제는 여성의 지위가 이만하면 충분하니 모든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로 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자의 견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관행,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의 성역할 등으로 인하여 정책 전반에 있어 이러한 관점이 계속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동일한 내용을 각자 다르게 이해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나는 더 이상 관점이나 시각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천을 하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천을 위해서는 관점이나 시각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실천과 시각인가? 얼핏 보기에 반대되는 견해인 것 같은 이러한 주장 모두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동일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하나는 좀 더 실천을 잘하기 위한 관점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점이나 시각에만 중점을 두기보다는 실천적인 노력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견해는 관점과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간적인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여성의 법적·실질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과거에는 여성의 열악한 권리를 일정 수준으로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여성 우대정책들이 필요했다. 즉 여성의 교육, 건강, 보건, 양육 등의 문제에 대해 여성만을 대상으로 여성에게 특정한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 주를 이룬 것이다.

이는 여성이 기본권인 인권조차 논의할 수 없었던 시기에 최소한의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을 위한 제도적 권리가 마련되기 시작하면서 기본권을 포함한 전반적인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 향상되었고, 더 나아가 이제는 실질적이고 질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이나 가족을 넘어서 모든 사회 영역에서 보이지 않았던 젠더의 문제를 들추어내고 실질적인 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 관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던 여성정책’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관행이나 관습을 찾아내고 이를 시정하려는 정책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남녀 모두가 대상이 되는 정책으로 변화하면서 이 두 가지 정책은 공존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기본적인 권리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세심하고 다양한 삶의 영역까지 평등한 상태를 만드는 연속적인 발전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술한 두 가지 주장은 모두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낮은 여성의 지위와 왜곡된  성별 관계를 바꾸려는 동일한 노력이며, 단지 정도와 비율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일·가정 양립 정책’은 여성이 사회참여를 하여 일할 수 있도록 여성의 출산이나 보육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며, 이는 결국 여성의 성역할에서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성정책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이미 여성의 지위나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단지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만큼 정책적 비중을 높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논란은 정책의 가부가 아니고, 오직 정책의 비중 및 실행의 정도가 문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자의 두 논란은 동일한 견해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관점과 실천은 서로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관점이 없이는 실천할 수 있는 지향점도 없으며, 지향점 없는 실천은 방향을 잃은 항해선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