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존중·신뢰로 평화 만드는 인재 키우는 게 대학의 역할"
전문적·윤리적 입학사정관제가 대입문제 해결 위한 적극적 대안
이어령, 제인 구달, 유누스 등 석학들로 세계 지성의 장 기대

 

2009년 이화여대는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와 일반 국민에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월 방한 시 이화여대를 전격 방문해 2000여 명의 학생을 앞에 하고 여성 미래를 논한 ‘사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 대학 평가에선 국내 종합대학 중 4위, 아시아 대학 중 42위란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세계 100대 명문대 진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 중심엔 임기 3년째로 접어든, 완숙한 수장 이배용 13대 총장이 있다. 그 자신도 여성 총장으로선 처음으로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으로 취임해 관심을 모았다.

현재 이화의 기저에 흐르는 것은 그가 총장 취임 때부터 내건 ‘이화 이니셔티브’ 정신. 이는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청하는 미래를 향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곧 지구촌 빈곤 퇴치와 다문화의 공존, 녹색성장과 생태환경 보존을 통해 성취되는 인류 사회의 평화”로 풀이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배용 총장에게선 사학과 교수 시절이나, 한국여성연구원장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역사의 선한 힘’을 믿는 인문학자로서의 낙관적 감성이 강하게 묻어났다.

-이번에 첫 여성 대교협 회장이 되셨다. 수능이 가까워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대교협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역대 회장들이 다 남성 총장들이어서) 여성리더십이 새삼 주목받을 텐데,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하실 것 같다.

“대교협은 150여 개 사립대와 40여 개 국공립대 등 총 200여 개의 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부터 교과부에서 대입 전형을 대교협에 위임함에 따라 대학입시에서의 대교협의 역할과 책무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지난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과 대교협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7월부터는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진형 대입전형을 고민하면서 이를 추진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수능이 다가옴에 따라 대교협이 주관하는 입학사정관제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대학 입시에 있어 제일 적극적인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발 기준을 어떻게 정해 그 대학에 적합한 인재를 뽑느냐는 것도 대학의 중요한 책무다. 입학사정관제는 1,2점 차이가 당락을 가르는 부조리를 최대한 막고 학생들이 일시적인 시험에만 매달려 배려 포용 등 기본 덕목을 등한시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학생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광범위하게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고교 추천서도 좀 더 내실을 기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정확성을 가져야 하고, 대학은 이를 공정하고 엄밀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대학과 고교가 연대하는 프로그램도 계속 확대·개발 중이고, 입학사정관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을 만드는 일에도 주력하며 아울러 입학사정관의 윤리성 강화에도 힘쓸 것이다.” 

-강남 어떤 지역에선 유치원 신입생 모집 전단에도 자신들의 커리큘럼이 장기적으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염두에 뒀다는 선전도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 입학사정관제가 지금과 같은 교육 풍토에서 또 하나의 사교육 광풍을 몰고 오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입학사정관에게 잘 보이려 전문기관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대행하게 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대교협이 적극 나서서 전문 인력을 투입해 자기소개서의 진솔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노력에 의해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이나 문화 봉사 등 실제 체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 등을 서술하는 것이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

-총장님이 대교협 수장이 되신 후 대교협 분위기도 좀 변했을 것 같은데.

“여성이다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아우르는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중요한 시점에 각 대학 총장들이 서로 협력·신뢰하며 상호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학을 전공해서 인성교육과 역사교육을 주로 화두에 올리게 되고, 특히 지방에서 워크숍을 할 경우 그 지역 역사의 정신사적 의미와 현대에 주는 메시지 등에 대해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바쁘신 중에도 틈을 내 각계각층과 유적지를 찾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이화 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최근 재학생 70여 명과 서오릉으로 ‘총장님과 함께 하는 역사문화 체험’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인 학생도 상당수 있었는데, 학생들이 무척 좋아해서 더욱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인성교육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창덕궁은 꼭 가보라고 권한다. 창덕궁은 단순한 왕실 놀이터나 휴양지가 아니다. 규장각 등 왕자들의 정서 함양 및 교육장이면서 동시에 임금의 독서와 재충전에 활용되는 공간이었다.

생각을 넓고 의연하게 하라는 의미에서 보폭 넓게, 8자 걸음으로 걷도록 연습하도록 돌을 박아 만든 걸음 연습장이 있고, 옥류천 끝 한 평도 채 안 되는 논과 초가는 감동을 준다. 농사의 소중함, 백성의 고달픔과 그 땀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이곳에서 임금과 왕자가 함께 농사를 지었고, 여기서 나온 볏짚은 초가집 지붕에 얹는 이엉에 사용했다. 이는 지도자인 임금과 백성 간 소통을 통한 공명과 화합으로 이어지는데,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조상들의 지혜와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사학자로서 역사 속 여성 인물을 재발견하는 데 크게 기여하셨다. 여성신문에 ‘조선시대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연재를 비롯해 관련 저서를 출간하셔서 상당한 호응도 얻으셨다. 특이하게도 총장님이 재해석한 인물들이 ‘주몽’ ‘선덕여왕’ 등으로 TV 드라마화돼 선풍을 일으켰다.

“2년 전 처음 열린 MBC 세계여성포럼 조직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당시 최문순 사장에게 ‘주몽’ 다음으로 ‘선덕여왕’을 드라마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하며 여왕의 리더십 핵심을 들려준 적이 있는데, 이를 사장이 경청한 것 같다. 선덕여왕의 리더십은 한 마디로 긍정의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남성 사학자들은 대개 삼국통일 측면에서 김유신과 김춘추만 부각하곤 하는데, 이들 역시 선덕여왕의 인재 등용 혜안에 의해 발탁됐기에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외교적 리더십도 탁월했다. 삼국통일을 위해선 무력보다 백성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걸 일찍이 간파했다. 그래서 구휼이란 복지정책을 두드러지게 많이 썼고, 그 정점이 첨성대 건축으로 이어졌다. 첨성대는 농민의 민생안정을 위한 동양 최초 관측기로, 여기서 백성을 헤아리는 여왕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역사를 성찰해보면 창의는 선덕여왕이나 세종대왕처럼 따뜻하게 상대(백성)를 배려하는 데서 발휘된다.

선덕여왕에 대해선 이미 논문을 쓴 바 있고, 가부장적 시각에 의해 왜곡되게 평가돼온 명성황후에 대해서도 90년대에 논문을 써서 그런 시각을 어느 정도 교정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바로 여성 역사를 재해석해내는 보람이다.”

-근래 들어 이화여대에서 남학생, 특히 외국인 남학생을 자주 보는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낀다.

“주로 교환학생들이다. 지난번 베이징대를 방문했더니, 한국학부 남학생 2명이 내게 꽃다발을 건네며 ‘이화여대에서 즐거운 생활을 했다. 세심히 보살펴줘 고맙다’고 하더라. 하버드대 남학생은 이화 분위기가 친절하고 섬세하다며 ‘여학생들을 보며 인류의 미래 모습을 본다’고까지 말했다. 여성들이 점차 사회 주류로 진입하는 모습을 이화를 통해 먼저 본다는 것이다.” 

-취임하신 이래 이화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듣고 싶다.

“취임 초기 중점 구상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맺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여성의 시대에 폭 넓게, 균형 있게 인성 교육의 틀을 잡아주겠다는 취지에서 시도한 교양교육원, 이화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의 인성리더십 프로그램이 상당히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일례로 선교 의료 봉사뿐만 아니라 해외 건축봉사에 이르기까지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이는 이화 정신의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다. 둘째는 글로벌 다문화 시대에 맞는 소양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인데, 글로벌 2010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화를 선도하는 모범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56개국 720여 개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의 다양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수십, 수백 명의 총장과 국제교류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교류 협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과도 교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들에게 중국을 바로 보고자 한다면 우선 한국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한국이 아시아 교류의 중심축이라고 설득해왔다.

또 한 대학에 보내는 교환학생 수가 10명을 넘지 않게, 분산정책을 펴는 동시에 해외 명문대에 거점 캠퍼스를 보스턴을 중심으로 20여 개 가까이 만들고 있다. 이는 우리 학생들의 현지 적응과 보살핌을 위해 그 지역 교수들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종의 지도교수 체제다. 학생들의 시야를 세계로 넓히는 해외 견문 프로그램 등에 재학생의 60%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이해하다 보면 존중하게 되고, 존중하다 보면 신뢰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 평화를 만드는 주역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최근 이화여대는 유난히 세계적 석학과의 왕래가 잦다. 이는 이

m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