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에 시간이 생겼다. 집안일에 너무 소홀해서 이번 기회에 점수 좀 따보자는 심산으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아이와 마트에 다녀왔다.

아빠를 돕겠다고 과일 봉지를 들다가 길바닥에 한 개도 빼놓지 않고 죄다 쏟아 놓은 우리 공주님. 천진난만하게 양손에 사과와 배를 집어오면서 “아빠! 어느 게 더 무거운 거야?”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아빠! 어떡하면 더 무거운 걸 알 수 있어?” 나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과일 다 멍들었잖아!”

무게가 비슷한 두 물체를 구분할 때, 어떻게 하면 더 무거운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여러 번 위아래로 들어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들고 있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두 물체를 가만히 들고 있는 경우는 물체를 드는 힘과 무게가 상쇄된 상태로 비슷한 무게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위아래로 흔들어보게 되면, 무게를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은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1법칙과 2법칙을 응용한 것이다. 즉, 위아래로 흔들어보면서 물체에 속도의 변화(가속도)가 생기도록 하여 속도의 변화에 저항하는 힘을 느껴보는 것이다. 질량이 더 큰 물체를 위아래로 흔들 때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해서 운동하려는 운동관성으로 인해 속도의 변화에 저항하는 힘이 더 크게 들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를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물체의 무게를 재기 위해 질량의 동력학적 효과를 재는 것이다. 그러면 속도의 변화에 저항하는 힘이 관성에 의해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은 관성의 법칙이라고 하며, 외부에서 물체에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또는 힘이 가해지더라도 여러 힘의 합력이 0이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등속 직선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성은 물체가 속도의 변화에 저항하는 성질로 질량이 큰 물체일수록 그 관성도 커진다.

즉, 질량이 큰 물체일수록 속도 변화에 저항하려는 관성이 더 크므로 위아래나 좌우로 움직일 때, 묵직하게 느끼는 것이 질량이 크다.

그리고 무게는 질량에 중력 가속도 값을 곱한 양이므로 질량이 클수록 무게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딸과 나는 아내에게 무지막지하게 욕을 얻어먹었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좋다.

지금은 이러한 원리를 딸아이한테 백날 말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겠지만 언젠가는 딸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이 그나마 남들보다는 많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독자 여러분도 일상에서 오는 과학적 사고들을 그냥 무심히 넘기지 말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찾아서 준비해 두는 것이 어떨까? 아이랑 할 얘기가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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